팬들의 세리머니… 대부분 자선단체에 기부
지난달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체육관 특설링크.그랑프리 시리즈 3차대회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김연아를 향해 수백개의 꽃다발과 인형들이 소나기처럼 링크 위로 쏟아졌다.동원된 화동들이 손 쓸 틈도 없이 ‘선물’들은 링크를 가득 채웠다.멀리서 던지는 바람에 미처 링크에 닿기도 전에 떨어진 꽃과 인형들을 다른 관객은 물론 취재진까지 가세해 대신 던져주는 촌극도 벌어졌다.왜 팬들은 꽃다발을 던질까.또 언제부터 인형들도 ‘선물 목록’에 가세했을까.이들은 모두 불 같은 연기를 펼친 선수에 대한 팬들의 답례다.꽃을 던지는 건 피겨계의 오래된 관행이다.김풍렬 피겨 부회장은 “언제부터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뛰어난 연기를 펼친,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에게 꽃을 던지는 건 오랜 ‘세리머니’로 인식돼 왔다.’고 밝혔다.꽃 대신 인형을 던지는 건 최근의 일이다.마치 유행처럼 번진,일종의 ‘트렌드’이지만 여기엔 팬들의 배려도 숨어 있다.일단 꽃다발의 무게는 인형에 견줘 가볍다.원하는 위치까지 날아가기는 인형보다 쉽지 않다.또 다음 선수가 혹시라도 깨끗이 치워지지 않은 빙판에서 걸려 넘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배어 있다.때문에 관객들에게 꽃을 특수 포장하도록 하고 있다.규정에 없어 포장만 제대로 한다면 ‘빵’ 등을 포장해 던져도 무방하다.인형들은 모두 해당 선수가 챙겨 가지만 김연아처럼 몇 개를 제외한 뒤 경기장 자원봉사자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선수가 대부분이다.김연아도 이번에 쏟아질 인형 등을 경매에 부쳐 얻어지는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꽃과 인형을 줍는 ‘화동’들은 대개 제2의 김연아가 되기 위해 얼음을 타는 어린 학생들이다.테니스의 ‘볼보이’나 ‘볼걸’들처럼 자격을 따지거나 몇 주간의 교육을 거치지도 않는다.그들에겐 김연아나 아사다 마오 같은 당대 최고의 피겨 선수들과 같은 빙판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더 없는 행복이자 기쁨일 뿐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08-12-1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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