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공허함 담긴 ‘플라이 아웃’

삶의 공허함 담긴 ‘플라이 아웃’

입력 2008-12-12 00:00
수정 2008-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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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천 시집 ‘스윙’

야구는 끝난다.하지만 그에게서 나에게,나로부터 그녀에게 이어지는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

시인 여태천의 시집 ‘스윙’의 모티프는 야구다.표제시 ‘스윙’은 물론 ‘플라이 아웃’,‘더블헤더’,‘원포인트 릴리프’ 등 야구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어떤 시편에도 9회 말 투아웃의 역전위기처럼 손에 땀을 쥐는 박진감 넘치는 상황은 없다.그저 관중없는 경기,위기도 기회도 아닌 상황에서 나른한 외야플라이를 날리는 타자,덕아웃에서 하릴없이 몸만 푸는 후보들….여태천의 시는 삶의 치열함과 느슨함 사이를 쉼없이 오고 간다.

200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여태천의 ‘국외자들’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지금은 사라져 버린 동대문운동장의 휑한 스탠드 한 구석에서 읊조리는 듯,혹은 잠실야구장 ‘비(非)라이벌 경기’의 외야석 한쪽에 앉아서 끄적이는 듯 야구와 인생의 주변부를 얘기한다.배제된 인생의 시선은 또 다른 삶의 배제에 다가설 수밖에 없다.

시인은 의미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숨겨진 가치,추구해야 할 또 다른 가치를 복잡하지 않게,담박하게 풀어낸다.‘일물일어(一物一語)’가 아닌 ‘일시일의(一詩一意)’다.

‘스윙’은 올해 제27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았다.김수영문학상 심사위원을 맡은 최승호는 “말의 최소화로 여백을 창조하는 시,의미의 증식이 아니라 의미를 붕괴함으로써 인생의 공허를 드러내는 시”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역시 심사위원을 맡은 문혜원 역시 “삶의 의미 없음을 미학적으로 표현해 낸 언어들이 짜임새 있게 엮이어 독특한 아우라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08-12-1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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