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수용 신차 ‘중고차 둔갑’ 수출 성행

[단독] 내수용 신차 ‘중고차 둔갑’ 수출 성행

입력 2008-12-08 00:00
수정 2008-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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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판매부진·재고 쌓이자 편법 반출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내수용 신차를 중고차로 둔갑시켜 해외로 반출하는 편법 수출이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갈수록 심화되는 판매 부진과 재고 증가 후유증이 나은 결과다.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익 수요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내수용 신차의 해외 반출 규모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지만 적게는 연간 수백대에서 많게는 수천대에 이를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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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월 말 국내영업본부장 명의로 전국 대리점 등 판매 조직 및 관련 부서에 공문을 보내 내수용 신차의 해외 반출을 엄격히 금지하도록 지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하반기 이후 내수 판매가 급감하면서 일부 대리점 및 직원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내수용 신차를 국내 오퍼상 등에게 한꺼번에 5∼10대씩 팔고 이를 해외 현지 수입 딜러를 통해 수출하는 사례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노동조합과 사측이 근절 방안 등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수용 신차는 정식 수출용차와 다른 방식으로 나간다.수출용차는 소유권 이전등록을 하지 않고 생산 목록만 등록한 뒤 해외 공식 수입업체 및 딜러망을 통해 팔린다.반면 내수용 신차 수출은 국내 딜러가 대리점 직원에게 차를 산 뒤 개인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한 뒤 곧바로 등록을 말소해 중고차 개념으로 수출하는 편법이 동원된다.내수용 신차의 해외 수요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늘어나고 있다. 현지 수입상이 취할 수 있는 이익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현지 공장이 없는 동남아,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수요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차 해외 수출을 대행하는 딜러 박모씨는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에서 내수용 신차를 구입해 수출해 달라는 현지 오퍼상의 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있다.”면서 “평소 같으면 등록 및 말소 비용,관세 등을 고려할 때 실익이 적지만 올들어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현지 딜러가 그만큼 수수료를 더 챙길 수 있는 이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른 딜러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도 내수용 신차 수출이 잇따라 해외 공식 딜러 등의 항의가 많았다.”면서 “통관시 서류검사 위주가 되다 보니 차 가격을 낮게 써 세금을 줄이는 등 편법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사규를 통해 내수용 신차의 해외 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편법 수출차가 늘어나 현지 차수출 시장을 교란시킬 뿐 아니라 정상적인 수출용차와 달리 애프터서비스도 불가능해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용 신차의 해외 반출이 내수 판매 실적으로 잡히면서 규정에 맞춰 영업하는 대리점들이 오히려 실적 경쟁에서 뒤처지는 불합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일부 판매 직원들은 “통제가 안되면 차라리 내수용 신차 수출을 전면 허용하라.”고 회사측에 공개 요청하는 실정이다.현대차 관계자는 “개인이 신차를 구입한 뒤 수출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대리점이 이 같은 행위를 묵인할 경우 계약 취소 등 징계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2008-12-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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