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정쟁의 희생양 대통령 지정기록물/구혜영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정쟁의 희생양 대통령 지정기록물/구혜영 정치부 기자

입력 2008-12-05 00:00
수정 2008-12-05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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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국회에선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내년 예산안과 쟁점법안을 두고 여야의 대립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 공개요구안이 통과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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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 정치부 기자
구혜영 정치부 기자
쌀 직불금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의 관련기록이 공개돼야 한다는 여야 의원들의 요구 때문이다.그것도 출석의원 247명 중 찬성 213명,기권 25명,반대 9명이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결됐다.

지난해 국회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제정했다.정권 차원의 국가기록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였다.그런데 그런 국회가 불과 1년여만에 스스로의 결정을 부정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전직 대통령에게만 해제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그러나 이제 전직 대통령의 중요한 기록물은 국회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알아서’ 기록물을 남기려는 정권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쌀 직불금 문제가 관심사안이라 국회가 여론을 의식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합의해 오면 한 점 숨기는 바 없이 언제든지 공개하겠다.”고 했다.기다렸으면 될 일이다.

이제 권력도 기록문화를 통해 정권의 책임성을 확보하자며 남겨진 유산이 정치적 이유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국가기록물 유출사건 여파로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사법당국으로부터 영장까지 발부된 것을 더하면 정쟁의 희생물이라 할 만하다.

최근 최규하 전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하면서 5·18 광주민주항쟁 등 중요한 현대사가 함께 사라졌다.기록이 없기 때문에 역사적 책임 또한 물을 수 없게 됐다.

노 전 대통령 쪽 김경수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기록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시작하면 누가 기록을 남기려 하겠느냐.”는 반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구혜영 정치부 기자 koohy@seoul.co.kr
2008-12-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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