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어치 팔아 28원 이익… 부채비율 100% 넘어
흔히 3대 거짓말의 하나로 “팔아봐야 하나도 안 남는다.”는 장사꾼의 말을 꼽는다.한데 지난 3·4분기 우리 기업들은 실제 이런 장사꾼 꼴이었다.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수익은 뒷걸음친 것으로 4일 한국은행이 분석했다.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한 격이다.●매출액만 보면 선전… 알맹이는 없어
매출액만 놓고 보면 불경기 속에서 기업들이 선전한 셈이다.그러나 속은 다르다.남는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이 기간 원재료 가격도,환율도 상승하면서 제품 판매 가격이 올랐다.이 덕에 전체 매출은 쑥 올라갔지만 비용 상승분만큼 가격을 올려받지 못했기 때문에 기업이 벌어들인 돈은 별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실제 매출액 영업이익률(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 비율)은 3분기 5.9%를 나타냈다.7.6%를 기록한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1.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분기 기준으로 통계가 집계된 2003년 1분기(9.0%) 이후 최저치다.
특히 기업의 실제 이익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매출액세전수익률은 2분기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매출액세전수익률은 법인세를 내기 직전까지 본래의 영업 활동 외에도 다른 투자(기타 유·무형의 투자,환차손 등 포함)등을 통해 만들어낸 모든 수익을 표시한다.이 매출액세전수익률은 2.8%로,2분기 6.7%에 비교해 3.9%포인트나 떨어졌다.환차손에 파생상품으로 말미암은 손실이 주된 이유다.
실제 3분기 기업의 영업 외 손실은 8조 7400억원으로,이중 외환손실이 95%(8조 3000억원)를 차지했다.결국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우리 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아 67원을 남겼지만 9월부터는 28원밖에 남기지 못한 셈이다.물론 이 돈에서 법인세도 내야 하니 순수익은 더 떨어진다.
●“4분기 성적표 더 나빠질 것”
낮은 수익률과 달리 부채비율은 올라갔다.기업의 재무구조도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9월 말 현재 조사대상 기업의 부채비율은 104.3%로,6월 말보다 8.9%포인트 상승했다.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2004년 2분기(102.5%) 이후 처음이다.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424.6%까지 치솟았지만,이후 재무구조 개선 노력으로 최근 2년간 부채비율(분기별)은 85~96%대를 유지해 왔다.박진욱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환율 상승으로 결과적으로 외화부채가 늘었고,차입금도 증가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여전히 (국내기업의 부채비율은) 미국과 일본 기업의 부채비율보다는 낮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돈맥경화’의 위험성을 알리는 현금흐름보상비율(부채상환계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통해 조달한 현금으로 기업이 금융비용과 단기 차입금을 얼마만큼 감당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수인데 지수가 떨어질수록 흑자도산의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4분기 기업 성적표는 더 형편없을 것이란 점이다.우울한 전망의 뒤에는 환율이 있다.2분기 평균 1046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3분기 들어 1207원으로 상승하면서 기업마다 영업성적이 곤두박질쳤다.10월 이후 현재까지 4분기 평균환율이 1370.81원임을 고려하면 4분기 기업 성적표는 3분기 성적보다 나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한국은행측은 “수출과 생산활동이 꺾이는 추세를 고려할 때 4분기에는 기업경영 여건이 더 나빠질 수 있다.얼마나 나빠질지는 예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8-12-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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