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대는 실물경제] “부동산 대출 받아보셨어요 안받아봤으면 말을 마세요”

[휘청대는 실물경제] “부동산 대출 받아보셨어요 안받아봤으면 말을 마세요”

김성곤 기자
입력 2008-11-26 00:00
수정 2008-11-2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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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A(48)씨는 최근 경기 고양시에 짓는 198㎡짜리 미분양 아파트(분양가 11억원)를 청약하러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11·3대책’으로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풀렸지만 정작 은행에서는 예전 DTI 규정을 적용,중도금을 2억 9000만원만 대출해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례2“정부가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환매조건부로 미분양 주택을 사준다고 해서 이달 초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신청을 했는데 한 달여가 다 돼가지만 아직 연락이 없어요.”(지방 중견건설업체 사장)

25일 건설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10여 차례의 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내놨지만 일부 대책은 현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정책 따로 현장 따로’인 셈이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규제다.11·3 대책으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 풀리면서 지난 7일자로 DTI 규제도 해제됐다.LTV(담보인정비율)도 40%에서 60%로 높아져 미분양과 신규분양 주택 매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선 금융기관에서는 여전히 DTI를 적용해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용인·고양시 등 수도권에서는 11·3대책 이후 DTI가 풀린 줄 알고 청약하려던 수요자들이 은행에서 대출상담을 한 뒤 DTI 때문에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자 가계약을 해지하고 돌아가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20억원짜리 주택을 가진 C(60·자영업)씨는 “최근 분양가를 내린 수도권의 한 아파트에 청약하러 갔다가 은행 담당자가 DTI를 적용,‘소득이 없어 한 푼도 대출해 줄 수 없다.’는 말에 그냥 되돌아왔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기관들이 BSI(자기자본 비율)를 맞추는 데 급급한 나머지 완화된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환매조건부 미분양 주택 매입 속도도 느림보다.54개 건설사가 62개 사업장 8327가구 매입을 신청했다.매입 신청 금액이 1조 2593억원으로 1차 매입 자금 5000억원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업체들은 다급한 나머지 분양가의 50%에 매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하지만 심사가 더뎌 신청 20여일이 지나도록 매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빨라야 다음달 중순쯤 자금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건설업체 관계자는 “요구 서류가 많고 심사가 너무 느리다.”면서 “건설업체의 사정은 나 몰라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체의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토지공사가 건설사 보유 땅을 사주는 기업토지 매입 실적도 저조하다.17일까지 기업 보유토지 매입신청을 받은 결과, 매입 목표 1조원에 못 미치는 5891억원만 신청했다. 건설업체들이 신청을 하지 않는 이유는 땅을 팔 경우 당초 공급받을 때 낸 계약금 10%를 떼이는 데다 매각대금이 모두 부채상환용으로 금융기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책 가운데 상당수가 실행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면서 “대책 시행 점검반이라도 가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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