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무차별적인 ‘자금회수’로 중소기업들이 힘없이 주저앉고 있다. 정부가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기 위해 보증기관의 보증 비율을 평균 95% 수준으로 대폭 늘리고, 대통령까지 나서 ‘비올 때 우산 뺏지 말라.’고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스크(위험) 관리를 앞세우는 은행들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대출 회수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은행과 업계 등에 따르면 10월 중소기업 부도건수는 321건으로 2005년 이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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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1월 들어 7일 현재 이미 128건이 넘었고, 이 추세라면 500건이 넘을 전망이다. 최근 5년내 월 500건이 넘은 적은 없었다.
철강구조물 업계 2위인 한신스틸콘이 부도처리된 것도 은행권의 만기연장 거부가 큰 이유로 지목된다. 한신스틸콘의 경우 K·S은행이 80억원과 50억원을 각각 회수한 뒤 재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29일 만기도래하는 어음 10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됐다.1994년 10월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803억 8600만원, 영업이익 60억 9800만원을 올리는 등 3년 연속 흑자를 냈다. 충남 천안과 충북 청원의 공장 근로자 500여명을 비롯해 570여명의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최종 부도처리를 한 또 다른 K은행 관계자는 “부도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큰 어려움이 보이지 않았는데,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금 회수에 나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2004년 창업한 설비보수회사 J기업도 마찬가지다. 거래업체인 건설회사로부터 10월 초 받기로 한 1억원의 공사비용을 받지 못해 직원들 월급이 밀리고, 회사 운영비가 바닥난 가운데 주거래은행인 K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문을 닫았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11월 중 공사비나 대출을 못 받으면 부도날 처지”라고 호소했다.
오진·덕수·삼준·유쾌이 등 건설업체들도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경제분석팀 정남기 박사는 “중소기업들은 경기가 악화돼 수익이 없는 데다 은행까지 목을 죄어 줄초상에 직면해 있다.”며 “중소기업을 리스크군으로 분류해 대출을 꺼리는 것은 무너지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게 은행들의 공식 입장”이라며 “중소기업 돈줄을 죄거나 대출을 줄이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08-11-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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