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바람의 화원’ 인기에 관심급증
보통 주연배우의 연기를 둘러싼 논란이나 극의 전개 양상으로 들끓어야 할 드라마 게시판에 때아닌 그림 얘기가 한창이다. 조선시대 천재 풍속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대결과 미묘한 사랑을 그린 SBS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 얘기다.
프로그램 속 그림을 제작하는 이화여대 이종목 교수는 “조선 최고의 화가인 단원의 비중이 적고, 윤두서 초상화가 도화서 서화고에 있다고 나오는 등 팩션이 지닌 폐해가 없진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그간 한국화에 대한 푸대접과 몰이해가 위험 수준이었는데, 이 드라마로 인해 전통회화의 아름다움과 우리 풍속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등 문화적 파급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화가 이은실씨는 “드라마가 대중에게 그간 미술책에서나 봐왔던 조선시대 화가들을 연예인처럼 가깝게 느끼게 하고 젊은층들이 ‘고루하다’고 생각했던 동양화를 컴퓨터그래픽 등을 통해 현대적 색감과 필치로 만져 팝아트처럼 ‘멋있다’고 생각하게 했다.”며 “서양화에 치우친 일반인의 협소한 기호를 넓혔다는 데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뚫고 나온 ‘신윤복 붐’은 실제 미술관람객의 판도까지 바꿨다. 극 속에 등장하는 신윤복의 ‘미인도’를 비롯해 ‘주유청강’, 김홍도의 ‘마상청앵’ 등을 선보인 간송미술관의 ‘보화각 70주년 기념 서화전’(12~26일)에는 2주 만에 수십만명의 관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파로 북적였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 임근준씨는 “실제 동양화나 우리 풍속을 볼 수 있는 전시에는 거의 관객이 없는 반면, 드라마에 등장한 인물의 전시에만 몰리는 것은 지속적인 관심이 아니라 일시적인 거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새달 13일에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사랑을 그린 영화 ‘미인도’(감독 전윤수)도 개봉될 예정이라 조선시대 풍속화가들의 기세는 한동안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10-27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