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로 번지는 금융위기] ‘요동치는 환율’… 암달러상 르포

[실물경제로 번지는 금융위기] ‘요동치는 환율’… 암달러상 르포

이경주 기자
입력 2008-10-18 00:00
업데이트 2008-10-18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하루 등락폭 환란때보다 커 문닫을 판”

“IMF 때도 이러지 않았는데 무서워서 당분간 문을 닫아야겠다.”

17일 오전 서울 남대문에서 40년간 사설 환전소를 운영해온 김모(78)씨에게 기자가 “2000달러를 팔겠다.”고 접근해 봤다.

베테랑 암달러상도 환전 손해

김씨는 “달러 당 1260원씩 쳐주겠다.”고 말했다.“어제는 달러 시세가 1310원이었는데 어떻게 하루새 50원이나 차이가 나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그럼 1265원에 사겠다.”고 말했다. 자리를 뜨려고 하니 이번에는 “1280원까지 주겠다.”고 했다.5분간의 흥정에 가격이 세번이나 바뀐 것이다. 김씨는 그래도 고민하는 기자에게 “점심 때 오르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손님도 없는데 제발 한 장이라도 팔고 가라.”고 졸랐다. 하지만 오후 2시에 다시 찾아가자 1290원까지 올랐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서울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 기준)은 1334원으로 1373원이었던 16일보다 39원이 내렸다.

환율 급등락 반복… 예측 불가능

남대문·명동 일대의 베테랑 암달러상들도 ‘널뛰는 환율’에 두 손을 들고 있다. 평소 10여명의 환전상들이 자리를 지키던 남대문시장 골목에는 절반 정도만 나와 손님들과 흥정하고 있었다. 명동의 공인환전소 역시 8곳 가운데 2곳이 최근 문을 닫았다. 문을 닫지 않은 환전소도 오후 7~8시가 되면서 철시했다.

명동의 M환전소 관계자는 “16일에 1만달러를 매입했는데 밤 사이 50원이 떨어져 50만원이나 손해를 봤다.”면서 “정부에서 환율개입을 많이 하니까 비정상적으로 환율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해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O환전소 관계자는 “2만달러 이상을 거래하면 정부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요즘 미신고 단속이 심해져 당분간 문을 닫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날의 환시장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되자, 환전상들은 하루 동안 사들인 달러를 그날그날 원화로 바꾸고 손을 털고 있다.

달러보다 엔 바꾸려는 손님 선호

명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환전상을 하는 중국인 양모(37·여)씨는 “매일 정리해야 5만원 정도의 수입이라도 얻는다.”면서 “2년 전까지 이 자리에서 붕어빵 장사를 했는데 요즘 같이 전업을 후회하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환전상들은 요즘 같은 때에 많은 금액을 환전하려는 손님은 달갑지 않고, 달러보다는 정부의 개입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엔화를 바꾸려는 손님을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오전 10시쯤 주부 김모(55)씨는 500달러를 바꾸러 왔지만 달러 당 1270원을 부르자 곧바로 발길을 돌렸다. 정오쯤 환전상을 찾은 이모(53·여)씨도 “장롱 속 뭉칫돈을 가져 왔는데 달러당 1280원밖에 안돼 그냥 가야겠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8-10-18 5면
많이 본 뉴스
영화관 티켓값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화관 티켓 가격과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배우 최민식씨가 한 방송에서 “가격 좀 내려라. 갑자기 그렇게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고 발언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반면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영화관 사업은 땅 파서 하나”라고 반박했습니다. 주말 1만 5000원 가량인 영화관 티켓값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싸다
적당하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