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서브프라임 위기가 터지자 일부 민간 연구소에서 “미국의 금융위기가 수출주도의 우리경제를 위축시키는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고서들을 내고 경고했다. 그러나 당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 정부 관계자들과 한국은행 등 정부당국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민간 연구소들이 소설을 쓰고 있다.”고 폄하했다. 또한 이들은 “주식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겠지만 실물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괜찮다.”고 장담해왔다. 그나마 그 당시에는 글로벌 신용위기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910∼930원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정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8월을 놓쳤어도, 정부는 다시 한 차례 기회가 더 있었다. 지난 3월에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 파산사태가 터졌을 때다. 그때 정부가 글로벌 신용위기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더라면, 환율을 올려서 수출기업을 돕고 경상수지를 균형으로 맞춰야 한다는 식의 ‘고환율 정책’을 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글로벌 위기에 대한 무감각으로 지난 6월 정부가 달러 매도를 시작할 때까지 고환율 정책을 고수했다.
9월에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메릴린치의 BOA로의 인수합병으로 세계 5대 IB 중 3개가 사라졌을 때도 정부의 태도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금융위원회의 임승태 사무처장이 라디오에 출현해 “불안요소가 사라졌으므로 위기가 진정될 것”이라고 잘못된 진단을 내렸다. 강만수 장관이 국회에 참석해 “위기가 해소됐다.”고 발언한 것도 상황 판단이 불가능한 모습을 보였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