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사법살인’ 최대 치욕

인혁당 ‘사법살인’ 최대 치욕

정은주 기자
입력 2008-09-27 00:00
업데이트 2008-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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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부끄러운 과거는

한국 사법 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으로는 지난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꼽힌다. 학생운동 배후세력으로 조작돼 기소된 8명에게 대법원은 사형을 확정했고, 선고 20시간 만에 가족들도 모르는 사이 형이 집행됐다. 이 사건은 재심(再審)을 통해 2007년 1월에야 무죄 판결이 났다.

권위주의 시절 인혁당 사건처럼 고문으로 나온 허위자백 등이 증거로 인정돼 유죄 판결이 나왔던 경우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26일 사과한 사법부의 부끄러운 과거는, 이렇듯 정치권력에 종속돼 인권을 외면한 판결들을 의미한다.

2005년 이 원장이 취임한 뒤 대법원은 1970∼1980년대 시국·공안 사건 판결 6000여건을 분석, 불법구금이나 고문 등 재심사유가 있는 224건을 추렸으나 공개하지는 않았다. 간첩사건이 141건, 긴급조치위반이 26건, 반국가단체구성이 13건, 민주화운동이 12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1980년 아람회 사건,1985년 구미유학생 간첩단사건 등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현재까지 재심을 권고한 24건으로도 사법부의 어두운 과거사를 가늠할 수 있다.

재심이 개시된 9건 가운데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태영호 납북어부 사건, 납북 귀환어부 간첩조작 사건, 차풍길 간첩조작 사건 등 4건이 무죄로 나왔다. 진보당 조봉암 사건 등 15건은 재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 원장의 사과가 연말에 발간될 ‘역사 속의 사법부’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관심이다. 개별 사건을 각각 언급하기보다 총론적인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당한 판결을 유형별로 다룰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원장은 과거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으로 재심을 강조했지만 잘못된 판결로 범죄자 낙인이 찍히고 권리를 잃은 피해자에게는 재심 또한 힘겨운 과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상훈 변호사는 “최소한 국정원이나 국방부가 구성했던 과거사위와 비슷한 조직을 법원도 만들어 피해사건과 당사자를 밝히고 재조사·재판결해야 한다.”면서 “법원이 피해 및 권리 회복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홍지민 정은주기자 icarus@seoul.co.kr
2008-09-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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