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문예부흥 이끈 ‘프로’들

조선의 문예부흥 이끈 ‘프로’들

황수정 기자
입력 2008-08-29 00:00
업데이트 2008-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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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르네상스인 중인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역사를 해석할 여지는 달라진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의 ‘조선의 르네상스인 중인’(랜덤하우스 펴냄)은 조선사회를 소리 없이 움직인 중인(中人)에 주목했다.

계급층위로 따졌을 때 조선의 중인은 사회적 경계인이었다. 사대부 양반 계층에는 언감생심 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평민층의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천민들에게까지도 대접받을 수 없었던,‘잃어버린’ 계층의 사람들이었다.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범한 면모로 조선의 문예부흥과 근대화를 이끌었던 인물들을 찾아냈다. 의료(의원), 법률(율관), 금융(계사), 외교(역관), 천문과학(관상감), 언론(박문국) 등 전문지식 분야는 물론이고 미술(화원), 음악(악생·악공), 문학 등의 예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중인들이 많았다.

조선 중·후기 문학의 중심은 중인이었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그들은 한양 인왕산 기슭에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활약했다. 요즘으로 치면 시문학동인인 ‘시사(詩社)’를 조직해 적극적인 문학교류를 실천했던 것. 특히 ‘송석원시사’는 유명했다. 그 시사를 주도한 인물 장혼은 대형 서당을 운영한 조선 후기 최고의 출판편집인이기도 했다.

중인들의 전문적 식견과 재능을 높이 산 양반들이 그들과 활발히 교류한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조선 최고의 명필 추사 김정희는 중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대표적 양반 선각자로 꼽힌다. 역관, 화원을 아예 제자로 삼았다. 훗날 제주도 유배지로 찾아온 역관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그려준 일화는 유명하다. 의료, 법률, 금융, 외교, 천문과학 등의 분야에서 ‘프로 정신’으로 뛴 중인들의 면면은 일일이 꿸 수 없을 만큼 풍성하다. 종기를 치료하는 외과적 수술요법을 처음 개발한 ‘신의(神醫)’ 백광현, 웅담고약으로 정조의 부스럼을 사흘만에 고친 피재길,1891년 미국 메릴랜드주립대를 졸업하고 한국 최초의 미국 학사로 기록된 역관 변수 등이 소개된다.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역사적 맥락에서 음미해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정조대왕이 조선의 문예부흥기를 이끌 수 있었던 배경은 중인들이 르네상스인으로 활동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1만 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8-08-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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