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껴라
그림의 경우에는 인쇄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실물과 인쇄물이 현격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베토벤 교향곡의 실황연주를 집에서 제대로 갖춘 오디오로 듣는 것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좋은 화집으로 보는 것 사이에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미술은 작품의 재료와 크기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데 그것이 화집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작품을 집에 소장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선 전시장으로 가야 한다. 미술관이나 화랑은 감상을 위해 조명, 작품 배치, 음향 등에 신경을 쓴 공간이기 때문에 집중해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그림을 자주 접하는 과정에서 의식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친밀감을 갖게 될 것이고 그러면서 자신의 눈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게 된다.<빌 비올라>, 국제갤러리, 6.27 ~ 7.31 / 국립현대미술관 원형전시실, 5.30 ~ 10.26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빌 비올라 전시를 두 곳에서 볼 수 있다. 빌 비올라는 백남준의 제자로 1970년대 비디오아트 1세대 작가이며 비디오아트를 현대 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그의 작품은 인간 자체와 인간이 느끼는 보편적 경험을 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숭고하게 표현해낸다. 삶과 죽음 등 인간의 일반적 경험에 초점을 둔 그의 작품은 동서양 미술은 물론 불교의 선종, 기독교의 신비주의를 포함한 정신적 전통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미디어 장비의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탄탄한 작업을 하는 그는 회화 못지않은 정적인 화면을 구사한다.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 감정의 변화, 감성의 울림, 영적 사유 등은 시간의 흐름을 최대한 시각화한 슬로우 모션 기법을 통해 극대화되며, 마치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서양 종교화에서 볼 수 있는 엄숙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매그넘 코리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7.4 ~ 8.24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의 대명사로 알려진 사진가 그룹이 매그넘이다. 이 그룹의 20명이 한국을 찾아와 오늘의 한국을 종교, 전통, 도시, 지방, 빛, 젊음, 바다 등의 주제를 가지고 13개의 공간을 마련하여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사진전이다. 이 전시는 한겨레신문사가 20돌 기념으로 마련했으며 전시기간 중에 대강연회, 콜리키움, 특강도 준비되어 있다.
<Photo on Photograph>, 금호미술관, 7.4 ~ 8.17
금호미술관에서 기획한 <Photo on Photograph>는 시각예술의 중심매체인 사진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7인의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화세트장처럼 장소를 로케이션하고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정연두, 이질적인 환경에서 아웃사이더인 자신을 등장시키는 박현두, 은밀하게 감추어진 내러티브에서 알 수 없는 긴장감으로 관람객을 상상의 세계로 유도하는 박형근, 이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상 속에서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백승우, 주변 인물들의 희망의 가상공간을 포토숍으로 합성하는 원성원, 실상의 공간을 가상의 장면으로 변화해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김도균, 사진의 재현행위와 매개물에 관한 관계를 담은 이명호 씨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제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내러티브와 시각적 긴장감이 주는 새로운 사진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며, 현대미술로서 사진의 표현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다.
김달진·중앙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했고,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 가나아트센터 자료실장을 지냈다. 저서로 《바로보는 한국의 현대미술》이 있고, 현재 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이다.
글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관 관장 www.dalj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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