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은 이제 잊어주세요”

“봉천동은 이제 잊어주세요”

이세영 기자
입력 2008-08-05 00:00
수정 2008-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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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신림·봉천 → 보라매·대학동 등으로 개명

돌진적 근대화 시기를 지나며 가난과 저개발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봉천’이란 동 이름이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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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는 27개 행정동을 21개로 줄이는 동 통폐합과 함께 주민 여론과 지역 특성을 고려한 새 이름을 다음달부터 사용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신림·봉천이란 지명 뒤에 아라비아 숫자를 붙여 만들었던 기존의 동 명칭은 보라매·낙성대·난곡·인헌·대학동 등 새 명칭으로 대체된다.

구 관계자는 “당초 봉천본동과 봉천1∼11동 가운데 한 군데만이라도 봉천이란 동 이름을 남겨두려고 했으나 봉천이란 지명에 담긴 ‘낙후’‘빈곤’의 이미지가 부담스럽다는 주민들 반대가 워낙 완강했다.”고 설명했다.

관악산 근처에 자리잡은 까닭에 산이 험하고 높아 마치 하늘(天)을 받들고(奉)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이름 붙여진 봉천동은 조선시대에는 경기도 시흥군에 속했다가 1963년 서울 영등포구에 편입됐고,1966년 신림동과 봉천동으로 나뉘어진 뒤 1973년 신설된 관악구에 편입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

‘봉천’과 달리 ‘신림동’이란 명칭은 신림5동이 이어받게 돼 살아남았다. 구 관계자는 “신림동은 봉천동과 달리 서울대·고시촌 등의 이미지 때문에 선호하는 지역이 많았다.”면서 “지리적 입지와는 상관없이 주소가 봉천동이냐 신림동이냐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달라지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번 행정동 명칭 변경으로 남현동을 제외한 20개 동 이름이 모두 바뀌게 됐다. 하지만 바뀐 동 이름은 행정동에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등기부 등본 등에 기재되는 기존의 법정동 명칭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8-08-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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