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당신의 직장내 멘토는 누구입니까

[20&30] 당신의 직장내 멘토는 누구입니까

김정은 기자
입력 2008-07-15 00:00
업데이트 2008-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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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업무, 이번주까지 끝내야 하는 팀 프로젝트, 상사의 지겨운 잔소리….20∼30대 직장인들의 하루는 오늘도 고되다. 업무 속에 매몰되다 보면 ‘사는 게 뭔지.’라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런 스트레스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멘토’이다. 고민을 속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 닮고 싶은 존재, 오아시스처럼 시원하고 산맥처럼 넉넉한 그 사람. 당신의 멘토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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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걸 배우고 싶다면, 스스로 노력하라

회사원 이모(32)씨는 자신의 멘토와 그들의 장점을 ‘멘토 노트’에 기록한다. 직장생활 5년차인 이씨가 지금까지 함께 근무한 팀장은 모두 5명이다. 그의 노트에 따르면 첫 팀장에게 배운 것은 일과 휴식을 명확히 구분하고, 군더더기를 배척해 핵심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번째 팀장은 그래픽을 이용해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방법을, 세번째 팀장은 상관에게 주장을 명확히 제기하면서도 미움을 받지 않는 방법을 그에게 가르쳤다. 지금 팀장에게는 작은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고 큰 틀을 구축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이씨는 “솔직히 각 팀장마다 단점도 있고, 혼낼 때는 미울 때도 있지만 차분하게 바라보면 모두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조언을 얻으려는 후배들에게 ‘스펀지가 되라.’고 말해준다.“저의 멘토 노트는 팀장뿐 아니라 주위 선후배들이 보여주는 멋진 모습들도 담겨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조사를 잘 챙기는 후배의 인맥관리법이 기록됐죠. 언젠가는 이것들이 자양분이 돼 저만의 비법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중학교 영어 교사인 윤모(31·여)씨는 적당한 멘토를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몇년 차이 나지 않는 여교사끼리 학교생활에는 서로 좋은 멘토가 되지만, 교장이 되기 위한 멘토는 주변에서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씨는 “인원으로 보면 여교사들이 훨씬 많은데 교장이 되는 팁은 남교사들끼리만 공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좋은 성적으로 교직에 입문했고, 방학 때마다 영어연수도 다녀오면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실력만으로는 부족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는다.

또한 그는 정보가 오고간다는 회식자리에서도 끝까지 버티지만 결국 다음날 듣는 말은 남자들끼리 한 잔 더 했다는 것뿐이다. 윤씨는 “솔직히 여성 멘토가 없어 힘들기도 하지만 최고직은 내어주지 않으려는 남자들의 텃세 때문에 여성 멘토의 존재 자체가 힘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윤씨는 결국 여교사 동호회를 알아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그는 3개월 만에 같은 지역 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모임을 알게 됐다.“인근 학교에 교감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여교사 한분을 만나게 됐어요. 요즘 그분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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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손 내밀어준, 잊지 못할 멘토

인터넷업체에 근무하는 강모(30)씨에게는 ‘인생의 등불’로 모시는 대학 선배가 있다. 삶의 굽이굽이에 도사린 암초에 부딪칠 때면 늘 길을 제시해 주며 지혜롭게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지금의 직장도 선배가 연결해 줬다. 강씨는 첫 직장에서 영업을 담당했다. 소심하고 말주변이 없어 여러 사람을 만나는 데 부담감을 느꼈다.2년 정도 버티다 결국 그만뒀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할 때 선배가 손을 내밀었다. 강씨의 장단점을 짚어주고, 닷컴기업의 청사진을 제시해 주며 선배가 다니는 회사에 들어올 것을 권했다.

입사 뒤에도 자상하게 이끌어 줬다. 선후배 관계, 협력업체와의 교류 등 직장 생활의 기초부터 다시 배웠다. 사회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일러 줬다. 술자리에서 보이는 실수, 대인관계의 약점 등 보완할 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 줬다. 하지만 강요하진 않는다. 강요에 의한 행동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스스로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여러 방안들을 보여 줄 뿐이다. 속마음을 터놓고 도움을 청할 곳이 딱히 없는 강씨에게 선배의 존재는 각별하다.“제겐 친형 이상의 존재입니다. 학생 때 지도했던 선생님들과도 차원이 다릅니다. 진정으로 믿음이 가거든요.”

금융회사에 다니는 박모(29·여)씨는 지점장을 존경하고 따른다. 박씨는 사회에 갓 나왔을 때 지점장이 들려준 이야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는 첫 직장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은행창구에서 돈을 계산하는 것도 서툴렀고,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입사 동기들은 각 지점에서 빛을 발하며 일취월장했다. 해당 지점을 넘어 전 회사로 “일 잘한다.”는 평판이 돌았다. 박씨는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했다.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다.6개월이 지났을 무렵 박씨는 적성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그만두려고 작정했다.

그 즈음 지점장이 그를 불렀다. 지점장은 “잡생각이 많으면 발이 땅에서 뜬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강점을 키워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걸출한 사람이 되라.”고 충고했다. 박씨는 “제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때 깨달았어요. 저는 제 단점만 보고 계속 자책했던 거죠.”라고 말했다. 박씨는 그날 이후 달라졌다. 발을 땅에 굳건히 붙이고 뛰어난 대인관계 등 장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동료들과 친해지면서 회사생활에도 익숙해졌다. 컴퓨터 조작도 능숙해졌고, 돈 계산에도 도를 터갔다. 지금껏 박씨는 직장생활에서 힘겨운 고비에 직면할 때마다 지점장을 찾아 조언을 구했고, 자신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도 지점장에게 들려줬다.“지점장님이야말로 제 인생의 멘토입니다. 힘들었을 때 그분께 들었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뼈가 되고 살이 돼 지금의 제가 있도록 해줬고,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어요.”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이모(28·여)씨에게는 고교시절 담임인 안 선생님이 늘 고맙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안 선생님은 이씨에게 그저 무서운 담임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안 선생님은 이씨가 계속 교사일을 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도움을 주신 분이기 때문이다.2년 전 모교에 부임해 착하고 상냥한 학교 후배들을 만난다는 상상 속에 첫 수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첫 수업을 마친 이씨는 당장이라도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졸거나 딴 짓을 했다. 수업 중간에 몇몇 불량해 보이는 학생들은 뒷문으로 나가버리기도 했다. 힘들게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에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는 이씨에게 안 선생님이 다가왔다.

“힘들지?”라며 음료수를 하나 건네며 이런 저런 충고를 했다. 안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잘해 주기만 하는 선생님은 결국 학생들을 망치게 된다.”면서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학생들을 틀어쥐고 공부하게 만든 선생님”이라고 충고해 줬다. 덕분에 이씨는 자신만의 교수법을 찾아가며 교사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요즘도 안 선생님은 이씨의 든든한 후원자다.“저의 제자들 중에도 저처럼 우리 학교에 오게 될 친구들이 있겠죠?그럼 그때 존경하는 안 선생님처럼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친절한 나의 멘토

IT업체 게임사업기획실에 근무하는 이모(30·여)씨는 부서 실장을 멘토로 여기고 있다. 이씨가 실장을 처음 만난 건 2002년 봄부터였다. 그때부터 이씨는 실장의 인격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부임할 때 실장은 “게임 분야는 내가 처음이라 전문가가 아니니까, 잘 아는 여러분들이 내 생각이 맞는 건지 아닌지 얘기를 해달라. 도와주기 바란다.”며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이해를 구했다. 그때부터 이씨는 실장을 쭉 지켜보면서 실장의 결정이라면 무조건 신뢰하게 됐다.“보통 똑똑한 사람들은 본인의 머리에 함몰돼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상처를 주기 쉬운데 실장님은 달랐어요. 똑똑하면서도 굉장히 겸손하고, 본인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솔직히 시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분이 내리는 결정은 공정하고 정확하다.’는 믿음을 갖게 됐죠.”

윤모(29)씨는 공기업 4년차 직원이다. 윤씨는 같은 회사 기획처에 근무하면서 예산을 담당하는 과장을 정신적 지주로 여기고 있다. 과장은 일처리가 꼼꼼하고 정확하기로 소문난 인재다. 윤씨가 신입사원일 때 과장은 일처리가 미숙한 윤씨가 실수를 하더라도 크게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위로하며 차근차근 업무를 설명했다. 윤씨는 자신의 일도 아닌데 까마득한 후배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게다가 윤씨는 과장이 회사에서 일하며 화를 내거나 짜증내는 모습을 한 차례도 본 적이 없다. 협력업체들도 과장의 일처리와 인품을 거론하면서 칭찬하곤 한다.“항상 과장님을 보면서 내가 과장이 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지만, 훨씬 많은 수련이 필요할 것 같아요. 과장님처럼 일도 잘하고 인격도 갖춘 인물이 되는 게 직장 내에서 제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죠.”

직장인 홍모(32)씨에겐 특이한 멘토가 있다. 건너편 자리에 앉은 최 과장이다. 최 과장은 홍씨에게 일을 가르쳐 주는 멘토가 아니다. 그는 월급관리와 재테크의 멘토다. 직장에 다닌 지 3년이 넘도록 적금만 부었던 홍씨. 주식투자에 성공해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관련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선뜻 나서지 못했다. 늘 증권과 펀드 주변을 기웃거리며 고민만 하던 홍씨를 깨우쳐 준 사람은 같은 사무실의 최 과장이었다.

점심식사 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재테크 이야기가 나왔다. 고민하는 홍씨에게 최 과장은 의미 있는 충고를 했다. 저축과 함께 증권투자나 펀드에도 정기적으로 급여의 일부를 투자하고, 단기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놓고 여유있게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늘 주저하고만 있던 홍씨에게 최 과장의 충고는 큰 도움이 됐다. 용기를 내 최 과장이 추천하는 종목에 투자한 홍씨는 만족할 만한 수익을 거뒀다. 또 얼마 전 최 과장의 조언을 듣고 주식에서 자금을 뺐다. 조금 덕을 본 차에 무리해 볼까 생각하고 있던 홍씨에게 최 과장의 조언이 없었다면 지금쯤 그는 중대한 기로에 섰을지도 모를 일이다.“주식투자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과장님의 충고 잘 따르겠습니다.”

황비웅 장형우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08-07-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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