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제 모습 저도 웃겨요. 까칠한 ‘도끼병’ 매력있죠?”
여심을 울리던 ‘로맨틱 가이’ 이동건(28)이 겉다르고 속다른 ‘까칠남’으로 돌아왔다.MBC 월화 미니시리즈 ‘밤이면 밤마다’를 통해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그는 이 드라마에서 진지함과 코믹함을 오가는 연기 내공을 선보이고 있다.그가 이번에 맡은 김범상 역은 고미술 감정 및 복원 전문가로 국보에 대한 관심보다는 전임교수 자리에만 관심이 있는 출세지향적인 인물이다.
“코미디를 위한 장면이 아니면 특별히 계산을 하지 않고 솔직하려고 노력해요. 누구나 출세를 위해서라면 비겁해질 수도 있는 현실적인 면을 갖고 있지 않나요? 저도 늘 내가 연기를 제일 잘해 출세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걸요.”
이동건을 현재의 스타덤에 올려 놓은 것은 바로 2004년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다. 극중 박신양의 이복동생 수혁으로 출연했던 그는 ‘내 안에 너 있다.’는 대사를 유행시키며 인기를 모았다.
“‘파리의 연인’ 이후 영화 ‘B형 남자친구’를 제외하곤 일부러 로맨틱 코미디를 피했어요. 시트콤 ‘세친구’를 통해 생긴 코미디 이미지 때문에 저도 모르게 ‘웃긴 놈’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드라마 ‘유리화’‘스마일 어게인’ 등에서 주로 차갑고 어두운 인물을 맡아 코미디보다 정극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지만 그가 이번에 맡은 범상이란 인물은 속물적이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밝아진 톤의 인물이다. 특히 여성들 앞에선 매너남이면서도 바람둥이적 기질을 숨길 수 없는 캐릭터로 상대역인 김선아와 코믹 연기 대결을 펼친다.
“전 사실 굉장히 소심하고 내성적인 편인데, 오히려 대본을 교과서 삼아 많이 배우는 면도 있어요. 극중 범상은 모든 여자들이 자신에게 넘어오는 ‘도끼병’에 죄책감도 없는 인물이지만, 저는 한번 사랑에 빠지기도 힘들고 헤어지고 나면 공백도 긴 편이에요.”
그러나 국내 최초로 문화재를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이산’ 종영 이후 치열한 월화극 경쟁 속에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초반 시청률을 거두기도 했다.
“요즘 드라마에 멋있는 영웅들이 많이 나오는데, 소재는 좀 무겁지만 가볍게 다가가는 게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시청률이 안 나와 좀 속상하기도 하지만 이젠 결과에 순응하는 법도 조금씩 터득하게 됐어요.”
올초 호주에서 불의의 사고로 동생을 잃은 아픔을 딛고 작품에 매진하고 있는 이동건. 유독 수척해진 모습이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케 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살이 더 빠지는 체질이에요. 하루 두 시간씩 자는 강행군이지만 체력 안배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요. 촬영장에선 주연배우로서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우선이니까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08-07-07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