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시청률90% 인기 짱 LG·삼성 시장 점유율 60%
|테헤란 최종찬특파원|서구문명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이란에서 한류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특히 드라마 ‘대장금’은 대단했다. 올해 초까지 최고 시청률 90%를 기록하며 금요일 저녁마다 테헤란을 집어삼켰다. 지금은 ‘해신’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고 시청률 50%를 기록하며 월요일마다 대장금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테헤란 신흥 부자촌인 샤흐라켓 가릅에서 만난 엘로메 레스홀라히(25)는 “해신을 좋아하는데 수업시간과 겹쳐 자주 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테헤란의 고고학박물관에서 만난 건축가인 하미드 레자(21)와 그의 사촌동생인 이스마엘 레자(17)는 “한국 드라마, 한국 문화, 한국인을 좋아한다. 기회가 오면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며 친한감정을 드러냈다.
한국드라마가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뭘까. 테헤란 북부 파스다란에서 만난 바히드 살스히(32)는 “가족 가치를 소중히 하는 이란 문화와 국민 정서에 부합했기 때문”이라며 “대장금은 이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기존의 전자제품 등 경제적인 부문에서 역사와 문화로 옮겨가게 만들었다. 또한 가족관계의 소중함과 조직과 사회에 대한 애정, 그리고 제도를 초월해 사회에 기여하는 적극적인 여성상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가전제품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테헤란 중산층 가정에서 한국 가전제품을 안 쓰면 ‘왕따’를 당할 정도다.
LG전자 테헤란지사장 김종훈씨는 “TV는 세 집 중 두 집꼴로, 냉장고 등 다른 전자제품은 두 집 중 한 집꼴로 한국 제품을 쓰고 있다.LG와 삼성의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현지기업인 골드이란 회장인 H 데일라미는 “한국 제품은 디자인과 품질,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높다. 국민브랜드로 사랑받는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한국자동차들도 불티나게 팔린다. 기아차와 현대차가 신차시장을 주물럭거리고 있다. 테헤란 시내를 돌아다니는 차량 10대 가운데 4대는 프라이드일 정도로 많다.
이는 지난 1980년대 중동건설붐 때 한국근로자들이 보여준 성실과 근면함이 큰 밑거름이 됐다.24시간 3교대로 억척스럽게 일해 사막에 신기루 만들듯 도시를 만들어낸 한국인에 대한 호감이 한류열풍과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siinjc@seoul.co.kr
2008-07-01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