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대안교과서’ 본격적 비판 포문

역사학계, ‘대안교과서’ 본격적 비판 포문

이문영 기자
입력 2008-06-05 00:00
수정 2008-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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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단체, 교과서포럼의 역사왜곡 잘못 지적 분석

지난 3월 출간된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역사학계가 본격적인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교과서 수정을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한 공세도 한층 강화했다.‘한국 근·현대사’의 오류 분석, 학술토론회 등 학문적 대응과 함께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비판성명도 낼 계획이다. 언론을 통한 촌평이나 기고문 등의 방식으로 단편적으로 맞서던 역사학계가 조직적·전면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신철(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공동운영위원장)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교과서포럼의 공세적 역사왜곡의 잘못을 지적하고 포럼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은 교과부가 교과서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데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 위함”이라고 공동대응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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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를 ‘역사비평´ 여름호에 실어

진보 보수 구별없이 13개 단체가 모였다. 역사문제연구소·역사학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 등의 연구소와 한국근현대사학회·한국민족운동사학회·한국역사교육학회 등의 학회,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교사단체,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 연대조직을 망라한다.

‘한국 근·현대사’ 출간 이후 두 달여 동안 이들은 수면 아래에서 단단히 준비했다. 이정은 역사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책이 나온 직후부터 단체 대표들이 수차례 모여 대응방안을 논의했고, 즉각적 대응과 학문적 대응을 분리해서 진행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즉각적 대응’은 대한상의가 제출한 초·중·고 교과서 60여종 337건에 대한 수정건의(3월30일) 및 건의를 수용한 교과부의 수정검토 발표(5월20일)를 비판하며 반박자료를 내는 것으로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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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대응’은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꼼꼼한 분석작업을 중심으로 준비됐다. 일차 결과물이 최근 출간된 계간 ‘역사비평’ 여름호에 실렸다.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가 ‘한국 근·현대사’의 근대초기 부문(‘뉴라이트의 식민사관 부활 프로젝트’)을,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일제 식민지 시기(‘식민지 근대화론에 매몰된 식민지 시기 서술’)를, 홍석률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가 현대사 서술(‘대안교과서의 난감한 역설’)을 조목조목 따져 오류를 짚어냈다. 홍 교수는 “관점의 차이 이전에 사실 기술에서부터 너무 오류가 많아 우리의 문제 지적이 책 교정작업을 해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5일 오후 개최하는 학술토론회에선 좀더 체계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진다.‘뉴라이트의 위험한 교과서 바로 읽기’란 제목으로 서울 중구 YWCA 4층 강당에서 열린다.

교과부와 청와대에 공개질의서 내기로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뉴라이트 교과서에 나타난 친일문제 인식비판’이란 발표에서 “뉴라이트 교과서는 친일행위를 근대적 기술과 문화습득을 통해 해방 이후 대한민국 발전의 토대가 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면서 “결국 과거 일제가 주장하던 식민지미화론 혹은 식민지근대화론을 그대로 옹호하는 대단히 위험한 인식”이라고 비판한다.

김종훈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는 “최근 역사교육에서 중요하게 논의되는 성·지역·계층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없고, 학생 입장에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배려도 없어 ‘대안’이란 이름을 붙이기 힘들다.”며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토론에 앞서 교과부의 교과서 수정작업이 학문적 논의를 거치지 않고 정치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교과부와 청와대에 보내는 공개질의서도 채택한다.

역사비평 기고문과 학술토론회 결과물을 모아 빠르면 8월 중 단행본 출간도 준비 중이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주도하는 새역사교과서를만드는모임과 교과서포럼의 유사성, 교과서로서 ‘한국 근·현대사’의 적합성 등에 관한 분석글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신철 교수는 “일차적으로 한국사 관련 단체들이 주도하게 되겠지만 포럼측과 정부가 정치적으로 교과서 왜곡을 강행한다면 동양사와 서양사 전공자들에게까지 연대를 확대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8-06-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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