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기억상실·남장女 등 드라마 점령한 이중캐릭터
지금 TV 드라마는 한 인물이 두가지 색깔의 삶을 살아가는 이른바 ‘이중캐릭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중 신분, 빙의(憑依, 타인의 영혼이 옮겨 붙음), 기억상실증, 남장 여자 등 이중캐릭터를 묘사하는 소재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SBS 수목드라마 ‘일지매’](https://img.seoul.co.kr/img/upload/2008/05/18/SSI_20080518193616.jpg)
![SBS 수목드라마 ‘일지매’](https://img.seoul.co.kr//img/upload/2008/05/18/SSI_20080518193616.jpg)
SBS 수목드라마 ‘일지매’
이런 이중적 면모는 6월 방영될 KBS ‘최강칠우’(연출 박만영, 극본 백운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칠우(문정혁)는 낮에는 의금부 말단 관리였다가 밤에는 자객으로 변신한다.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는 이들의 변화무쌍한 활약은 시청자들에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다양한 감상을 선사한다.
이중캐릭터를 구현하기에 맞춤한 소재로는 ‘빙의’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일 종영한 MBC ‘누구세요’의 차승효(윤계상)는 빙의를 통한 양면적 인물상을 구사해 시청자들에게 감상의 즐거움을 두배로 부풀렸다.
기억상실증도 이중캐릭터를 표현하기엔 더없이 요긴한 소재이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MBC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국정원 요원 이수현(이준기)은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마피아 조직원이 되는 등 극대비되는 인물로 그려졌다.
남장 혹은 여장, 쌍둥이 형제로의 위장 등으로 두 인생을 살기도 한다. 오는 10월 방송될 SBS ‘바람의 화원’(연출 장태유, 극본 이은영)에서 문근영이 어떤 빛깔의 다중적 매력을 뿜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극중에서 그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도화서 화원이 되는 미스터리 인물 신윤복이 된다. 스스로 두가지 삶을 선택한 주인공 캐릭터로는 2005년 KBS 2TV에서 방송된 ‘부활’이 대표적 선례. 죽은 쌍둥이 동생을 대신해 그의 삶을 살아가는 형사를 연기한 엄태웅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중캐릭터는 대체로 극중 주변인물들은 눈치채지 못하도록 설정한 가운데 TV밖의 시청자들과만 은밀히 교감한다는 대목에서 극적 긴장감과 묘미를 자극한다. 또 한 인물이 이중의 인격체를 입는다는 점에서 복잡한 인간 내면심리를 엿보는 쾌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배우의 1인2역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커다란 매력포인트.
이러한 장치는 제작진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가는 효과장치로 더없이 유용하다.‘일지매’ 연출을 맡은 이용석 PD는 “보통 주연과 조연의 배치를 통해 발랄함과 진중함의 비중을 조율해 가기 마련인데, 주인공 자체가 이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면 주·조연 관계의 진부한 설정을 굳이 따를 필요가 없어진다.”면서 “고정되지 않은 입체적 캐릭터를 소화하게 되는 배우 입장에서도 연기폭을 빨리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인물형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중캐릭터 드라마의 인기는 다양한 삶을 갈망하는 현대사회 대중의 욕구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8-05-19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