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들이 말하는 ‘전곡 구석기축제’

고고학자들이 말하는 ‘전곡 구석기축제’

입력 2008-05-08 00:00
수정 2008-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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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자연 잇는 체험행사로 거듭나야”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열린 제16회 경기도 연천 전곡리 구석기축제에는 모두 100만명 가까운 관람객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 축제가 시작된 것은 1993년 5월5일. 당시 참석한 사람은 발굴에 참여한 고고학자를 포함해도 200명을 넘지 않았다니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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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연천 전곡리 구석기축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한양대 문화재연구소가 주관한 ‘전곡리 선사고고학 아카데미’에서 어린이들이 발굴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배우고 있다. 한양대 문화재연구소 제공
제16회 연천 전곡리 구석기축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한양대 문화재연구소가 주관한 ‘전곡리 선사고고학 아카데미’에서 어린이들이 발굴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배우고 있다.
한양대 문화재연구소 제공




관람객 100만명 몰려 역대 최다

당시 서울대박물관 학예사로 현장책임을 맡았던 배기동 한양대 교수를 비롯한 몇몇 고고학자들과 지난 3일 구석기축제를 찾았다. 발굴현장의 임시사무실을 개조하여 유적관을 만드는데 사재를 털고, 그 주변에서 옹기종기 첫번째 축제를 열었던 이들은 사적으로 지정된 77만 8296㎡(23만 5847평) 대부분이 축제장으로 탈바꿈한 모습에 감회가 적지 않은 듯했다. 그래서인지 고고학 체험행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대중가수가 나서는 축하공연이 축제의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음에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고고학을 주제로 하는 축제가 이만큼 규모가 커졌다는데 의미를 부여하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드러나는 아쉬움도 굳이 숨기려 하지는 않았다. 발굴단장으로 전곡리 발굴을 이끈 삼불(三佛) 김원룡 선생의 기념비가 퇴락해 가고 있는 모습도 그랬다. 기념비는 1994년 11월14일 선생의 1주기를 맞아 유골이 뿌려진 장소에 세워졌다. 기념비가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구석기축제 안내지도를 보면서 연천군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것도 고고학자 모두의 스승을 그렇게 대접한 스스로에 대한 책망이었을 것이다.

유적발굴 학자들 소홀한 대접 아쉬워

개막식에서 1978년 4월 한탄강에 놀러갔다가 구석기시대 주먹도끼를 처음 발견한 그레그 보웬 당시 미공군 상병의 이야기를 5분 이상이나 영웅담처럼 펼쳐 놓은 것은 그래서 고고학자들을 더욱 불편하게 했다. 올해 주먹도끼가 발견된 3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었겠지만, 이후 주먹도끼의 진가를 알아 보고 발굴조사 과정에서 대전차지뢰가 터져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전곡을 오늘날 한국 구석기 고고학의 메카로 받돋움시킨 우리 고고학자들의 노력은 너무나도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었다.

같은 차원에서 전곡리의 오늘이 있게한 공로자의 한 사람인 고 임종태 씨를 기리는 데도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 겸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는 당시 발굴현장의 인부반장으로 1979년 가을부터 지난해 4월 81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전곡리 유적 보존에 헌신한 인물이다. 하지만 문화훈장이나 문화유산상처럼 공로에 걸맞은 상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고고학계의 건의에도 정부는 고작 표창장 한장을 주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교육적 프로그램 늘려야 축제 더 빛나

배기동 교수는 “인간적인 체취와 교육적인 내용이 당장은 인기가 없다고 해서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강화해야 축제는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구석기시대는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었고, 연천은 농업도시인 만큼 이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농업과 환경을 연결시켜서 관람객들이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충고했다.

연천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2008-05-0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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