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산업은행과 우리금융, 기업은행을 묶어 매각하는 메가뱅크안은 실현 가능성이 사라진 것일까? 은행업계와 금융전문가들은 현재 5개인 국내 시중은행이 인수·합병(M&A)을 거쳐 2∼3개로 거듭나는 ‘빅뱅’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아직도 외환은행이 그립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가 지분을 가진 산업은행과 우리금융, 기업은행은 각각 민영화되고, 각각 민영화된 후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다시 인수·합병이 일어날 수 있다. 메가뱅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다만 민영화에 3년이나 걸리는 산업은행과 달리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의 경우 시장에서 곧바로 매각에 들어갈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가 15조원 규모의 우리금융이나 7조원 규모인 기업은행의 경우 ‘지분 51%+경영권 프리미엄’으로 계산해야 한다.”면서 “이중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거해도 우리금융의 경우 10조원, 기업은행의 경우 3조 5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리미엄이 붙을 경우 액수는 이보다 훨씬 커진다. 만약 매수자가 줄을 서있다고 한다면 프리미엄은 더 커진다.
우리금융, 기업은행 등 대형 금융사의 인수 여력을 가지고 있는 은행으로 국민은행, 하나지주, 민영화된 후의 산업은행이 손꼽힌다. 국민은행은 2006년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다가 실패했지만 여전히 외환은행을 ‘애모’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이달 말까지 HSBC에 매각하기로 계약이 체결됐지만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을 제외하고 우리금융, 기업은행 등에 대한 M&A는 생각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M&A시장의 `하나지주 김승유 회장 요소´
시장에서는 하나지주에서 우리금융을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전직 은행장은 “하나지주의 경우 자금 여력도 있고, 김승유 회장이 이명박 정부와 상당한 친분을 가지고 있어 우리금융 M&A와 관련해 우월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4월 초 ‘금융공기업 M&A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정부쪽 관계자들은 “민영화의 대상인 우리금융이 M&A의 주체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도 “기업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양자가 모두 민영화돼야 한다는 점에서 어렵다.”고 평가했다.
흡수·합병의 대상으로 계속 거론되는 기업은행은 ‘독자생존’을 희망하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이 투자증권을 신설하고, 캐피탈 등을 통해 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그같은 목표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규모에서 중소기업을 전담하는 종합금융그룹이 필요하다.”면서 “시중은행에 기업은행이 인수·합병될 경우 중소기업 특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산업은행이 민영화 일정만 제대로 맞춘다면 기업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