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가진 고위당정협의에서 내수진작용 추경 편성문제를 놓고 엇갈린 시각차를 드러냈다. 정부는 투자와 소비, 고용의 부진을 타개하는 방편으로 추경 편성을 요구한 반면 한나라당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며 감세를 통한 내수진작을 촉구했다. 우리는 경기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시각에 공감하면서도 내수진작용 추경 편성에는 반대한다.
내수를 부추기기 위해 추경을 편성하려면 국가재정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국가재정법은 지난 2006년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한나라당 주도로 추경 편성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 채무를 줄일 생각은 않고 돈 쓸 궁리부터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지 않았던가. 추경 편성의 요건을 완화하면 세계잉여금이 발생할 때마다 채무 상환보다 추경 편성을 통해 사업비로 지출하려는 유혹에 빠질 게 뻔하다.
정부는 ‘세계잉여금은 재정이 민간의 활동을 억제했다는 뜻’이라거나 ‘추경 편성은 경기부양이 아닌 경기중립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마디로 궤변이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특히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은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당과 추가협의를 갖겠다지만 법을 고쳐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발상은 버리는 것이 옳다.
2008-04-19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