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몸,국가,우주 하나를 꿈꾸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주창하는 ‘통섭(統攝)’에 대한 동양학계의 한 응답이라고 할까. 고대 중국 도가사상에서 한의학의 탄생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봤다. 종교학, 철학, 신학 등을 비교적 폭넓게 공부한 만큼 역사학과 한의학을 넘나들면서 고대 중화제국이 어떠한 세계관을 토대로 성립됐는가를 소상히 추적할 수 있었다.김희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학연구소 연구교수
중국을 한문명(漢文明)이라 하고 중국어를 한어(漢語)라고 부른다. 이는 중국문명의 기본 틀이 한대에 이루어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황로사상은 한대가 중국문명 전체에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성립한 국가유교에 의해 배척되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필자는 2000여년에 걸친 유교라는 이념의 장막을 걷어내고 중국적 세계관의 틀을 도가 황로사상을 통해 재구성했다.
필자의 문제의식은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이다.“인간은 다름 아닌 몸이고, 몸과 몸이 사회를 이루며, 그 사회는 자연 안에 있다. 그런데 인간이 살아온 역사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오늘날 그러한 기본적 관계가 해체되면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현대의 여러 개별 학문 분과는 방대한 지식을 축적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파편화해서 세계의 전체적인 모습이나 궁극적인 삶의 의미를 주기 어렵다. 이제 인간과 세계를 통합해 이해하는 것은 요원한 꿈이 되어 버렸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인간의 치유는 개인의 몸과 사회의 전 영역이 신성한 자연의 질서를 따를 때만 가능하다는 황로사상의 메시지에서 인간 문명이 지속될 수 있는 근원적이고 통합적인 사유를 찾는다. 자연으로부터, 인간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인간 서로들 간에 멀어지고 낯설어진 현대문명의 병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적 사유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한 깊이와 넓이로 우리를 이끄는 데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희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학연구소 연구교수
2008-04-04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