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미술관 속으로] (58) 보문동 아이파크 ‘꿈을 찾아서’

[거리 미술관 속으로] (58) 보문동 아이파크 ‘꿈을 찾아서’

최여경 기자
입력 2008-04-01 00:00
수정 2008-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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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직장인 모습에 미소 한 모금

늘 그곳에 있어서 스쳐버리던 것에서 색다른 의미를 얻게 되는 순간, 세상이 새삼 새로워보인다. 아침 저녁 바삐 들락거리던 집 앞에 놓인 한 조형물에 이야기를 불어넣게 되거나 문득 내 모습이 투영될 때가 그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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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보문동 아이파크 아파트단지 초입에 있는 정국택(37) 작가의 ‘꿈을 찾아서’(2003년작·780×80×260㎝)는 그런 순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발판 위에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네 명의 직장인이 넥타이를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이다. 울창한 숲을 등진 공기 맑고 조용한 아파트에 스테인리스 소재라니, 언뜻 어색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아침마다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직장인의 모습일 것 같아 친근함이 먼저 다가온다.

인하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정 작가는 1998년에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일상, 게임, 사람 등을 소재로 한 전시회를 꾸준히 갖고 국내외 미술전에서 입상을 하는 등 짧지만 굵은 경력의 소유자이다.

스테인리스 소재, 바람에 날리는 넥타이, 하나씩 들고 있는 서류가방은 정 작가의 대다수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공통분모이다. 때로는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하고 때론 신문을 읽고 있는 이 직장인의 모습에, 작가의 탄탄한 구성과 손재주를 더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작가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작품을 추구하기보다는 연극적인 요소를 도입해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아파트 조경 공간을 작은 야외 무대처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꿈을 찾아서’는 거창하게 자신의 재능이나 기술을 자랑하면서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사소하고 잔잔한 모습에 유쾌해지고 위안을 얻게 한다. 다소 손때 묻고, 철 없는 낙서가 있어도 공간을 즐길 수 있게 한다면 그게 공공미술의 역할이 아닐진저.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8-04-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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