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은 지금 감시받고 있습니다”

“유럽인은 지금 감시받고 있습니다”

이순녀 기자
입력 2008-02-29 00:00
수정 2008-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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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유지가 먼저냐, 사생활보호가 우선이냐.’

일상적인 범죄와 테러 위협에 시달리는 유럽 각국의 딜레마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가가 정보 시스템을 강화할수록 개인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는 까닭에서다.

독일 헌법재판소가 27일(현지시간) 테러 용의자의 컴퓨터에 스파이 프로그램을 침투시키는 ‘온라인 수색’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판결을 내리면서 ‘빅브러더’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헌재는 인명이 위험에 처하거나 국가가 공격을 당하는 등 중대한 사유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사생활보호보다 치안을 앞세운 판결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BBC인터넷판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의 감시 시스템을 점검했다. 독일은 나치와 동독의 슈타지 같은 비밀경찰의 악몽 탓에 국가 감시 체계에 민감하다.2001년 9·11테러 이후 정보수집의 필요성이 제기됐고,2006년 도르트문트행 기차에서 폭발물이 든 가방이 발견되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CCTV설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감시 시스템이 크게 강화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슈타지의 부활’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영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빅브러더’국가이다. 수백만대의 CCTV는 기본이고, 방대한 개인정보를 담은 생체인식ID카드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이탈리아도 개인 정보에 대한 감시가 심한 편이다. 정보당국과 사법부의 도청·감청은 흔하다. 독일 막스 플랜크연구소에 따르면 연간 10만명당 76명이 도청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통신업체인 텔레콤이탈리아의 도청 행위는 때로 대형 스캔들로 번지기도 한다. 로마노 프로디 총리는 지난해 도청에 의한 정보를 공개하는 언론인을 처벌하는 법을 제정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프랑스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전통에 따라 상대적으로 국가의 감시가 덜하다. 하지만 내무부는 지난해 범죄 소탕과 테러 방지를 위해 현재 34만개인 CCTV를 2009년까지 세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어린이용 위치추적시스템(GPS)장비다. 자녀의 안전을 염려하는 부모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나 심리학자들은 아동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고 경고한다. 또 맞벌이 부부를 위한 보모 감시용 CCTV도 사생활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8-02-2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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