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미술관 속으로] (51) 서울숲 ‘공화국 수비대’

[거리 미술관 속으로] (51) 서울숲 ‘공화국 수비대’

최여경 기자
입력 2008-01-23 00:00
수정 2008-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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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지키는 ‘거대 도롱뇽’

누군가는 도마뱀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정체불명의 괴물이라고도 한다. 서울 뚝섬 서울숲을 거니는 이 조형물은 정확히는 ‘도롱뇽’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면 한국 특산종으로 표면이 매끌매끌하고 온전한 생태계에서만 자라는 환경 생태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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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 수비대’(150×120㎝, 청동·자개)라는 유쾌한 이름을 가진 이 조형물은 신현중(55·서울대 조소과)교수의 작품이다.

서울대 미술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프랫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한 신 교수는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아프리카 종주를 계획하는 아프리카 문화의 전도사이자, 고대 메소포타미아 유물을 가장 많이 모은 소장가로 이름높다. 문화와 자연,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아우르며 현실을 바라보는 작품 활동을 하는 조각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인간의 문명에 관심을 둔 그는 “어렸을 때 서울 하늘에는 솔개가 날고 냇가에선 가재와 도롱뇽을 잡았는데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면서 “방심하는 사이에 생태계가 파괴된 현실이 안타까워 도롱뇽으로 작품활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도롱뇽의 크기보다 수백배 커진 작품의 덩치로나, 그 이름에서나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와 기대의 크기를 엿볼 수 있다. 연한 붉은 빛을 띠는 작품은 초록의 자연과 대비되며 눈에 쉽게 들어온다. 도마뱀처럼 날카로운 원뿔형 꼬리가 아닌 편평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꼬리부터 둥근 머리까지 각진 곳 없이 유연한 몸매가 친근하다. 쉽지만 단조롭지 않고 재미있는 형태로 야외공원을 놀러온 아이들이 만지고 올라타기도 할 수 있다.

“공간을 장악하고 작가의 노동력을 담보로 한 작품을 만든다.”는 철학을 가진 신 교수의 의도를 넘어서서 공화국 수비대는 열린 공간에 공공조형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신 교수는 내년에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올해 말에 아프리카 여행기를 담은 여행서적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8-01-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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