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어제 새벽 탄도미사일 요격 실험에 성공했다. 이지스함에서 발사된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SM3)이 표적용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정확히 요격했다. 이로써 일본은 미사일 방어(MD) 체제를 본격 가동하게 됐지만, 주변국들을 자극해 한반도의 평화 무드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SM3를 이용한 탄도미사일 요격 실험은 미국 이외엔 일본이 처음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용이라긴 하나, 일본이 군사강국으로 재부상했음을 뜻한다. 당장 일 군국주의의 망령을 떠올리는 것은 성급할지 모르나, 우리가 강건너 불보듯 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북한과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에 군비증강의 빌미를 줄까 염려된다. 한반도 안팎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막 순풍을 탄 북핵 해법도 다시 꼬일 수 있다.
그러잖아도 동유럽 지역 MD체제 도입 문제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불거진 시점이다. 러시아는 그제 북극해 인근 해저에서 핵잠수함으로 신형 대륙간탄도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일의 MD 밀월이 공격용 신무기 개발을 부추기는 역설을 빚고 있는 꼴이다. 우리가 막대한 군비가 소요될 MD공조에 가세하지 않은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혹여 주변국들의 미사일 개발 경쟁이 마음에 걸린다면 MD체제 동참이 아니라 독자적 한국형 미사일방어망 체계를 구축하는 게 현명한 대안임을 지적한다.
2007-12-19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