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검 파장이 우려된다/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기고] 특검 파장이 우려된다/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입력 2007-12-04 00:00
수정 2007-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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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삼성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연말쯤이면 특별검사가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통상 고위공직자의 비리의혹 규명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번처럼 기업을 직접적인 수사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선례가 없는 일이다.

특검이 아니어도 해당 기업은 현재 대대적인 검찰수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좌추적과 핵심 경영진에 대한 출국금지조치에 이어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됐다.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여 공정하고 확고한 수사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특검 시작 전까지 앞으로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내년초 특검팀이 구성·가동되면 수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의 성격상 검찰보다 훨씬 강도 높고 광범위한 수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특검 이후에는 최장 7개월간에 걸친 재판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어느 때보다 강한 실체규명 의지를 천명한 상황에서 특검까지 가야 하는 것인지 안타깝다. 특히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법원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여론재판의 도마에 오르게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이 모든 것이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하다 할지라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해당 기업의 경영과 경제 전체에 미칠 파장이 걱정이다. 벌써부터 삼성은 신규사업 추진과 내년도 투자계획 수립에 지장을 받고 있고 경영진에 대한 출국금지로 글로벌 경영활동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해외거래선의 동요와 기업이미지의 손상이 불가피하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올해 국내 600대 기업 전체투자의 25%인 22조 6000억원을 투자했고 내년에는 25조원이 계획되어 있다. 또 삼성의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1에 달하며, 수출규모도 지난해 전체 3255억달러의 5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의 투자와 경영위축이 협력기업과 관련 산업, 그리고 경제 전반에 걸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은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러한 점들을 우려하여 그동안 경제계에서는 특검 도입을 일관되게 반대해 왔으며 이러한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만 특검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진실은 규명하되 기업과 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해 나가도록 각계의 중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동일인과 동일내용에 대한 반복적 수사는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검찰 수사내용에 대해서는 특검의 중복수사를 가급적 지양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삼성이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한 점과 앞으로 기여할 부분을 감안하여 글로벌 경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출국금지도 일시 해제해야 한다. 특히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특검을 가능한 한 짧은 시일내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론도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그것이 가져올 부정적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해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었으면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가 이번 삼성사태로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며,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검찰과 특검이 아무쪼록 신중하고 지혜롭게 수사를 진행시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울러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도 투명경영에 문제는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기 위해 더욱 힘써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2007-12-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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