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박찬호의 아름다운 봉사/ 김영중 체육부 부장급

[데스크시각] 박찬호의 아름다운 봉사/ 김영중 체육부 부장급

입력 2007-11-14 00:00
수정 2007-11-1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운동 선수들에게 태극 마크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국가에 대한 희생과 봉사’다.‘태극 마크로 얻는 것은 돈이 아니라 명예’라고 보면 그렇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선수라면 ‘병역 면제’라는 커다란 혜택을 꼽는다. 그렇다면 몸값이 수십억원에 이르고, 온갖 명예를 이미 성취한 스타 프로선수들에게도 태극 마크가 그렇게 절실할까.

물론 종목마다 편차는 있다. 프로축구는 이점이 많다.4년마다 지구촌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드는 월드컵 등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혜택이 적잖다. 해외 진출의 기회가 넓어지고, 연봉 협상에서 유리해진다. 그래서 축구 대표 선발 경쟁은 늘 치열하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사정이 다르다. 병역 면제가 태극 마크의 거의 유일한 혜택이고, 해외 진출의 기회도 축구에 견줘 아주 좁은 문이다.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면 다음 시즌을 망치기도 한다. 프로야구 두산의 김동주가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타이완과의 예선전 때 1루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어깨에 큰 부상을 당한 게 단적인 예다. 지난 시즌 3분의1가량만 뛰었고,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 획득이 1년 늦춰졌다. 이로 인한 금전적 손해가 수억원에 이른다.

당연히 노장들은 더욱 몸을 사리게 된다. 자칫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아예 선수생활을 접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프로야구 한화의 김인식 감독도 “노장은 다치면 끝장”이라고 했다. 게다가 일부는 선발 과정에서부터 부상 등을 핑계로 대표팀에서 빠지기도 한다.

2001년 타이완 야구 월드컵 때 외야에서 수비하던 한 선수가 감독의 지시도 없이 “경기하기 싫다.”며 그라운드를 나간 적도 있다.

서론이 길어진 것은 메이저리그의 한국인 ‘맏형’ 박찬호(34·LA 다저스)에게 찬사를 보내기 위해서다. 그는 현재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 야구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에 연봉이 160억원에 이른 적도 있고, 빅리그 통산 113승에 빛나는 그에게 태극 마크로 더 일궈낼 명예가 남아있을까.

게다가 그는 여유도 없다. 올시즌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성적도 6승14패, 방어율 5.97로 초라하다.‘1000만달러의 사나이’에서 ‘퇴물’로 전락한 그는 지난 8일 친정팀 LA 다저스와 간신히 계약을 맺었다. 연봉 50만달러에 마이너리그 초청 계약이다. 내년 스프링캠프 때 부활투를 선보이지 못하면 쫓겨나거나,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나이 탓에 전성기 때 최고 160㎞에 육박했던 불같은 강속구도 없다. 내년에도 빅리그 진입에 실패하면 국내로 돌아오거나 유니폼을 아예 벗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앞가림만으로도 바쁜 처지다.

하지만 박찬호는 국가의 부름을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들였다. 그 정도의 위치면 굳이 못 뛴다고 해도 그만이지만 오히려 자청했다. 그는 “선발로 준비하되 팀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고려하겠다.”며 백의종군의 뜻도 내비쳤다.

WBC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했던 그는 이번엔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독려하며 자신의 빅리그 경험을 열성적으로 전수하는 한층 성숙된 모습이다. 팬들의 사인공세도 흔쾌히 응하는 등 야구장 밖에서도 맏형답다. 성적이 부진할 때 보이는 여느 해외파와는 다른 행보다. 그는 “조국에 봉사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전성기가 지난 박찬호가 가세한다고 대표팀 전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른다. 개인으로서도 내년 시즌을 망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그는 “더 많은 책임감과 부담을 느낀다.”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린다. 박찬호의 아름다운 봉사가 밑거름이 돼 베이징행 티켓을 따도록 우리 모두 박수와 응원을 보내자.

김영중 체육부 부장급 eunesse@seoul.co.kr
2007-11-14 30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