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은행들이 앞다투어 베트남으로 진출하고 있다. 기업과 개인들의 투자도 급증, 한국은 베트남 투자 1위국이 됐다. 금융기관들의 베트남 진출 현황과 전망, 증시 상황을 두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하노이·호찌민 문소영 특파원|‘금융 수출’ 깃발을 들고 해외 금융시장 개척에 나선 시중은행들이 베트남으로 몰려가고 있다. 우리·신한은행 등은 이미 진출해 있다. 국민·하나은행 등은 내년까지 영업허가권을 딴다는 계획이다. 이에 외환위기 직전과 같은 과당경쟁이라고 보는 시각과 아직 베트남 시장의 미래가 밝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래서 레드오션”
베트남의 정치1번지인 하노이에서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이 지점 영업을 하고 있다. 경제도시인 호찌민에서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과 베트콤은행의 합작회사인 신한비나가 영업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미 인가를 받은 외환은행과 기업은행이 뛰어든다. 뒤늦게 베트남 진입을 노리는 국민·하나은행, 농협 등은 사무소를 내고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영국의 HSBC와 스탠다드 차타드도 한국인 대상 창구를 만들었다.
이렇게 치열하게 영업하다 보니 기업자금을 중개하면서 시중은행의 수수료가 0.17%에서 최근 0.10%까지로 크게 축소됐다. 국내 시중은행들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들의 공격적인 영업에 한국의 은행들과 거래하던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거래처 변경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수출입은행 호찌민 지점이 리스회사에서 올 초부터 기업 여신을 겸업하게 된 것도 국내기업 중심의 영업을 하는 시중은행으로서는 부담이다.
외환은행 김규성 호찌민 사무소장은 “최근 베트남 정부가 금융간 칸막이를 허물기에 앞서 시범적으로 최초의 베트남 리스회사를 운영해본 수출입은행에 여신기능을 부여해 상황을 살펴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호찌민 한용성 지점장은 “아직은 베트남의 금융시장이 무르익지 않은 만큼 한정된 ‘파이’를 가지고 진출한 은행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금융권 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시장 진출을 결정하기보다는 금융감독당국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래서 블루오션”
수출입은행 호찌민 사무소의 홍영표 사장은 “아직까지는 한국계 기업만을 대상으로 금융영업을 해도 이익이 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현지인을 대상으로 여수신 영업을 하게 될 경우 시장은 넓고 할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국민 9000만명 가운데 은행을 이용하는 비중은 전체의 6%이고, 이중 2%만이 예금통장을 가지고 있다. 또 30세 이하가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잠재력은 많다. 신한은행 호찌민 박인호 지점장은 “앞으로 신용카드 시장도 크게 발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에 따라 기업 환경이 투명해지고 공개적으로 변화는 것도 장점이다. 즉, 기업 대출 시장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추가 진출 가능할까
상반된 견해를 분석해 볼 때 현재 상황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시장의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진출이 가속화될 경우 베트남 당국의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금융관계자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가 이미 한국계 시중은행들에 많은 인허가를 내 준 만큼 앞으로 진입 은행을 규제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영업권을 따낸 기업은행도 인가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후발로 뛰어들려는 국민·하나은행의 경우는 현지 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이 아니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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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3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