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후보 단일화만 하면 다 된다고?/시사평론가 김종배

[열린세상] 후보 단일화만 하면 다 된다고?/시사평론가 김종배

입력 2007-10-18 00:00
업데이트 2007-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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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리가 얼추 끝났다. 범여권 3개 정파가 대통령 후보를 내놨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2차 판 정리를 전망한다. 후보 단일화다.3명의 대통령 후보도 손사래를 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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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시사평론가
김종배 시사평론가
후보 단일화 시점과 방법은 달리할지언정 후보 단일화 목표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말한다. 후보 단일화만 되면 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되묻자. 후보 단일화만 이루면 정말 해볼 만한 건가? 아닐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은 1997년과 2002년 대선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는 단일화 못잖게 큰 위력을 발휘한 교란 요인이 있었다.97년엔 ‘한나라당 출신 후보’ 이인제가 있었고,2002년엔 ‘영남 후보’ 노무현과 ‘부자 후보’ 정몽준이 있었다. 모두가 한나라당 표를 교란하고 잠식하는 요인이었다. 내 집 문은 잠그고 남의 집 자물쇠는 부수는 양면전략을 펼치고도 승부는 2% 안팎에서 갈렸다.

2007년 대선엔 이런 요인이 없다. 오히려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 가운데 지지하는 후보가 이명박 후보인 경우가 39.1%로 대통합 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28.4%)를 앞섰다(조선일보-한국갤럽 조사). 지금까지의 추세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이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형국이다.

곱씹을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하는 사람조차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다. 범여권이 후보 단일화 이전에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할 게 바로 이것이다. 왜일까?

드러나는 게 있다. 신선도가 떨어진다. 범여권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은 참여정부의 황태자였다가 졸지에 국정 실패의 책임자(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 평가하는 유권자) 또는 보신주의자(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하는 유권자)로 몰려있다.

또한 사람의 정치 행적은 철새의 비행궤적과 닮아있다. 나머지 한 사람은 검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생경하다.

‘킬러 콘텐츠’도 ‘선도 콘텐츠’도 없다. 저마다 경제와 교육을 역설하지만 대개가 ‘안티’다. 여론시장을 선점한 이명박 후보의 공약에 ‘맞서’ 안티공약을 나열한다.‘이명박 프레임’에 갇힌 것이다. 이러면 주도권을 쥘 수 없다. 아무리 목소리를 높이고 공약을 가다듬어도 따라가는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자체 동력이 없다. 후보 단일화의 저변인 국민 공감대를 조성하지 못한다. 오로지 ‘반’, 즉 ‘안티’만 외친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국민의 시선을 저편, 즉 이명박 후보 쪽으로 돌리게 만든다.

그래도 예단할 일은 아니다. 마지막 반전 카드가 남아있다. 정점에 올라간 이명박 후보가 곤두박질치기를 기다리는 방법이다.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누워있는 모양새지만 그래도 떨어지기만 한다면 감 맛을 볼 수 있다.

하릴없이 누워있는 것만도 아니다. 열심히 ‘반’을 외친다. 그러면 그 울림이 감에 가 닿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러니하다. 도전자의 인파이팅이 승부를 가르는 게 아니라 응전자의 아웃복싱이 판정을 좌우한다. 이명박 후보가 범여권의 명줄을 쥐고 있다. 누구 말대로 이명박 대 반이명박의 싸움이 아니라 이명박 대 이명박의 싸움이다.

그러고 보니 너무 멀리 나갔다. 후보 단일화가 대선 승리를 끌어낼지 여부는 다음에 숙고할 문제다. 지금 탐구할 항목은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다. 모두가 자기 중심의 단일화를 읊조리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시사평론가 김종배
2007-10-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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