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신림동에는 혼자 즐길 수 있는 문화가 꽤 다양하다. 이 가운데 요즘들어 눈에 띄는 것은 ‘토킹바’다. 말 그대로 술 한잔 하면서 종업원과 부담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다. 최근 1∼2년 사이 신림동 부근에만 60여곳이나 생겼다고 하니 신림동에서 가장 성황 중인 업종인 셈이다.
지난 화요일 신림동의 한 토킹바를 찾았다. 제일 물이 좋은 곳이라는 소문대로 평일인데도 자리는 거의 다 차 있었다. 사각형의 바가 2개가 있고 그 안에 소매없는 유니폼을 입은 여자 종업원들이 앉아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은 일반 바와 다를 게 없었다.
양주가 비싼 것은 1병에 30만원이 넘는다. 고시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비싼 양주를 사먹나 싶었는데 옆에 있던 고시생이 “요즘은 부잣집 고시생들이 많다.”고 귀띔을 해준다.
토킹바는 학원 수업이 끝나는 밤 11시부터 새벽 3∼4시가 피크 타임이다. 부담이 없는 금요일에 손님이 가장 많다.30대 전후의 남자 고시생이 주고객이지만 간혹 직장인 가운데서도 고시 공부를 하던 추억을 되새기며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년 중 대목은 명절이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집에 내려가지 않았지만 부모님 생각, 시험 생각 등 온갖 잡생각에 공부는 접어두고 바에 들러 이런 저런 얘기를 털어 놓는다고 한다.
“여기까지 와서 시험얘기를 하진 않아요. 다 잊고 떠들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할 말이 뭐가 그렇게 많은지(웃음)”
오늘(18일) 사법시험 2차 합격자가 발표된다. 어떤 고시생들이 토킹바를 찾아 푸념을 늘어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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