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우리들 인생에 큰 스승이 될 수 있다”

“나무도 우리들 인생에 큰 스승이 될 수 있다”

심재억 기자
입력 2007-10-13 00:00
수정 2007-10-1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설령 도회에서 자랐던들 나무에 얽힌 추억 한 둘 못 가진 사람이 있을까. 그것이 주린 배 속으로 허한 바람 일게 하던 들판의 미루나무든, 토담에 노구를 기댄 채 낱알을 툭툭 떨어뜨려 쌓던 밤나무든, 아니면 호랑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가시울 탱자나무든 나무는 모두에게 공유(共有)의 추억으로 남는다. 어느덧 문단의 중견이 된 작가 이순원이 장편 ‘나무’(문학에디션 뿔)를 출간했다. 온 가족이 함께 읽는 가족·성장소설이다.

이미지 확대
소설가 이순원
소설가 이순원
작가는 이런 나무의 공유성에 눈길을 준다.‘열 두살의 네게는 무한한 질문의 나무, 스무 살의 그대에게는 엄마 몰래 숨겨놓고 싶은 비밀의 나무, 서른의 당신에게는 지혜로운 동반의 나무, 열매를 맺은 당신께는 나무 그 다음의 나무를 생각하는 나무’, 이런 식이다. 나무만큼 많은 사연을 간직한 물상도 흔치 않다. 뚜렷한 장소성 때문이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아들에게서 또 다른 아들로 나무는 사라지는 순간까지 수많은 사연들로 나이테를 만든다. 그 나무가 나누는 이야기들이 여름 원두막이나 겨울 화롯가 정담처럼 따뜻하다. 작은나무와 할아버지나무는 조곤조곤 귀엣말을 나눈다.“나무는 백 년도 살고, 천 년도 사는 몸들이란다. 오래 살며 열매를 맺자면 우선 제 몸부터 튼튼하게 만들어야겠지. 네 몸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꽃보다는 줄기와 잎에 더 힘을 써야 하는 게야.”

작가는 나무에서 이런 주제 스물 일곱개를 뽑아 옴니버스식으로 엮었다. 그 가운데 ‘봄을 여는 매화의 기상’ 편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간다.“그러면 지금 눈 속에 핀 저 꽃들에서 열매가 달리는 건가요?” “그렇지. 눈과 추위가 나무를 단련시키고, 꽃을 단련시키는 거지. 매화나무가 언제 내릴지 모를 눈과 추위가 두려워 제때 꽃을 피우지 않는다면 그 나무는 어떤 열매도 맺을 수 없는 법이란다. 네 말대로 꽃샘을 피하려고 늦게 피어난 매화꽃엔 아무 열매도 안 열리지.”

작가는 나무를 통해 삶을 말한다. 때로는 지혜를, 때로는 용기와 참음 그리고 자연의 섭리를 들려준다. 자칫 어른들에게는 밍밍한 얘기로 읽힐 수 있지만 곱씹을수록 ‘생각’의 뿌리를 넌출거리게 하는 글편들이다. 이 ‘나무’를 두고 작가는 이렇게 술회한다.

“내가 태어난 시골집에 있던 커다란 밤나무, 백 년 전쯤 할아버지가 심은 그 나무와 할아버지는 내게 나무도 사람과 우정을 나눌 수 있으며, 우리 인생의 큰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런 나무와 할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9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2007-10-13 23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의대 증원 논쟁 당신의 생각은?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의정 갈등 중재안으로 정부에 2026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의사 증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당장 2025년 의대 증원부터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예정대로 매년 증원해야 한다
2025년부터 증원을 유예해야 한다
2026년부터 증원을 유예해야 한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