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성의 건강칼럼] 측만증의 원인

[이춘성의 건강칼럼] 측만증의 원인

입력 2007-10-13 00:00
수정 2007-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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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만증은 일자로 똑바로 서 있어야 할 척추가 옆으로 휘는 병이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전체 환자의 85% 정도는 10대의 청소년기에 발견되는 ‘특발성’이다. 특발성(特發性)이란 단어 때문에 언뜻 희귀하고 어려운 병명으로 느껴지지만 ‘원인을 잘 모른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특발성 측만증은 ‘원인을 잘 모르는 측만증’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요약하면 전체 측만증 환자의 85%는 척추가 왜 휘는지 아직 원인을 잘 모른다는 뜻이다.

학교 검진에서 발견되는 측만증이나 목욕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측만증은 대부분 특발성 측만증이다. 지난 50년 동안 주로 구미(歐美) 국가들에서 측만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생화학, 분자생물학, 유전학 기법까지 동원하여 수많은 연구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원인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자녀가 측만증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평소 공부하는 자세, 생활습관 등이 잘못되어 척추가 휘었다며 후회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하지만 자세 불량과 척추가 휘는 것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괜히 후회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간혹 ‘학생들의 책가방이 너무 무겁거나, 책걸상이 조잡하여 척추가 휜다. 그러니 빨리 책가방을 가볍게 해주고, 책걸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무거운 책가방, 조잡한 책걸상이 요통의 원인은 될 수는 있지만 측만증의 원인은 아니다. 또 운동 부족으로 척추가 휜다고도 말하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구미의 의학자들이 과거 수십년간 연구해도 밝히지 못한 측만증의 원인을 단순히 책가방, 책걸상, 운동부족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대로 된 연구 한번도 안 하고 어림짐작으로 말하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니다. 측만증의 원인을 오랜 기간 연구해 어느 정도 감(感)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100% 완벽하게 밝히지 못했으니 아직은 ‘특발성’이라고 솔직히 고백하는 구미 의학자들의 학문적인 겸손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춘성(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2007-10-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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