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을 향기/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가을 향기/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7-10-05 00:00
수정 200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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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다. 정원의 해바라기 군락이 외롭다. 몸이 말라 껑충하다. 기댈 데 없는 모습이 안쓰럽다. 여름을 물려준 지가 엊그제인데…. 쇠잔한 모습이 인생의 ‘가을’인 나를 반추하게 한다. 솜사탕 같은 유익종의 목소리가 들린다.“가을 향기 풍기는 얼굴/코스모스 고개 들면/…너 떠난 그 빈자리/지난 여름 이야기/떠나지 마라 슬픈 9월엔” ‘9월에 떠난 사람’이다.

지난여름을 떠올린다. 왜 밀쳐내려고만 했을까. 가을을 몸에 붙이려고 애쓴 순간도 여름이었는데. 속절없이 헛것만 좇았던 것일까. 마조스님 이야기가 생각난다. 선종의 뿌리다. 죽음을 앞둔 그에게 물었다.“어떠하십니까?” 마조는 “낮에는 해를 보고, 밤엔 달을 보고 살았다.”(日面佛,月面佛)고 했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기보다 더 오래 산 사람이 없고,700년을 살았다는 팽조도 요절했다 할 수 있단다. 마음을 다스리라는 말이다.

나른한 피아노 음이 가을을 달린다. 고엽(枯葉·autumn leaves)이다.‘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는 시인의 속삭임이 가슴을 때린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7-10-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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