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리지 말고 쭉쭉 펴세요
안짱다리와 퇴행성 관절염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주의해서 살펴보면 적지 않은 관절염 환자들이 ‘O자형 다리’라고도 부르는 안짱다리를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안짱다리를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퇴행성 관절염을 앓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왜 그럴까.●환자들 체중 쏠려 연골 닳아
보험설계사인 정순화(51·여)씨는 최근 들어 무릎이 자주 아프고, 다리 모양도 점점 안짱다리로 변해갔다. 통증과 함께 휜 다리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여름에도 치마를 잊고 살아야 했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은 정씨의 병명은 퇴행성 관절염 중기였다. 정씨는 “특히 무릎 안쪽 연골이 바깥쪽보다 많이 닳아 다리가 O자형으로 굽고 있다.”는 의사의 설명에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 중에는 정씨처럼 O자형 다리를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증세가 말기로 갈수록 굽은 정도는 더 심해진다. 전문의들은 “우리의 좌식문화 탓에 O자형 다리를 가진 사람이 많은데, 이런 다리 형태는 걷거나 서 있을 때, 또 쪼그려 앉을 때 한쪽으로 체중이 쏠려 무릎 안쪽의 연골이 훨씬 빨리 손상된다.”며 “이 때문에 다리는 더 휘게 되고, 다리가 휠수록 다리 안쪽 연골의 부담이 커져 관절염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관절염은 일종의 생활습관병
관절염은 일종의 생활습관병이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 가사노동이나 과도한 운동 및 개인의 동작 특성이 관절염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사람이 O자형 다리를 가졌다면 무릎 안쪽에 스트레스가 집중해 연골 안쪽이 빨리 훼손되며, 방치하면 안쪽에서 시작된 관절염이 바깥쪽 또는 무릎 전체로 확산되기도 한다.
따라서 O자형 다리를 가진 사람은 생활습관을 바꿔 관절을 보호해야 한다. 방석보다 의자에 앉고, 가능한 침대와 좌변기를 사용하며, 무릎을 완전히 구부리는 동작도 피해야 한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등산 등 관절에 부담을 주는 운동보다는 가벼운 산책이나 수영, 자전거 타기 등으로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도 좋다.
스트레칭으로 무릎과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는 것도 좋다. 양발을 어깨 너비만큼 벌려 선 상태에서 무릎이 발가락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구부렸다 편다. 이때 허리를 곧게 펴줘야 관절 부담이 적다. 이 동작을 매일 10분씩, 회당 10회가량 반복하면 된다.
●전문의 검진 받아야
관절염은 조기치료가 필요하다. 무릎 간격이 주먹 크기 이상 벌어져 있거나 일상생활이나 운동을 할 때 무릎 통증이 심하다면 전문의의 검진이 필요하다. 관절염이 있더라도 연골이 많이 남아 있고, 뼈와 근육이 튼튼하다면 인공관절 대신 변형교정술이 효과적이다. 관절을 보존한 채 다리뼈를 반듯하게 해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고루 분산시키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O자형 다리에 관절염이 중기를 넘겼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사용하는 인공관절은 수명이 15년 정도여서 60대 초반이라면 80세 전후에 수명이 다해 새 인공관절로 바꿔줘야 한다. 그러나 변형교정술 치료를 받으면 관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할 수 있어 나중에 인공관절이 필요하더라도 수술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변형교정술은 수술 후 무릎이 정상인과 다름없이 굽혀질 뿐 아니라 연골 손상이 덜한 관절의 바깥쪽으로 체중이 분산되어 일상생활은 물론 테니스나 에어로빅 등의 운동도 가능하다. 절개 부위도 4∼5㎝ 정도로 작고, 출혈과 통증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변형교정하는 수술을
최근에는 변형교정술에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방법이 도입됐다. 관절 전문 힘찬병원이 최근 1년 동안 내비게이션 변형교정술로 치료한 환자 80명을 분석한 결과, 수술 전 무릎뼈가 안쪽으로 휜 내반각 7도 정도의 환자 중 98% 정도가 수술 후 정상 무릎을 되찾았다. 또 수술 2개월 뒤 무릎 통증 여부를 조사한 결과 90%가량이 ‘통증이 거의 없다.’고, 나머지는 ‘통증이 있으나 경미하다.’고 응답했다.
이 병원 정광암 과장은 “관절염을 치료할 때는 자신의 관절을 살리는 보존치료가 우선”이라며 “변형교정치료를 받을 때 내비게이션 등 첨단기기를 사용하더라도 무릎뼈의 각도를 정확하게 맞춰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의에게서 치료를 받는 것이 부작용을 겪지 않는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2007-09-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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