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43) 버거병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43) 버거병

입력 2007-08-18 00:00
수정 2007-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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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20~40대 위험… 금연땐 증상 호전



“사람들이 예방법이나 치료법을 묻곤 하는데, 금연 이상의 비책은 없습니다. 이 병은 주로 젊은 남자에게 많이 생기며 대부분이 노동력을 상실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요.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조직 괴사로 팔다리 등 병변 부위를 잘라내야 합니다. 특히 흡연율과 밀접한 상관성을 가진 이 질환은 최근의 금연 열기 덕분에 전체적인 발병률은 수그러드는 추세지만 아직도 임상에서는 비교적 흔한 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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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권태원 교수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권태원 교수


폐색성 혈전 혈관염의 다른 이름인 버거병은 팔과 다리의 동맥이 염증으로 막혀 썩어가는 질환이다. 말초 동맥과 정맥이 혈전이나 염증 때문에 막히게 되고, 이어 혈관 주변에 염증이 생겨 문제를 만든다.

그렇다고 버거병이 흔한 질병은 아니다.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과장인 권태원 교수에 따르면 인구 1만명당 6명 꼴로 환자가 발생한다.“중년 남성 흡연자의 경우 버거병 증상이 30대부터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최근 들어 전체 환자 수는 줄고 있지만 여성 환자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여성 흡연율과 관련이 있는 발병 추이라고 봐야지요. 이 때문에 예전에는 남녀 발병 비율이 100대1정도였지만 최근에는 거의 10대1정도에 도달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특히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남성보다 여성 발병률이 더 높으며, 드물지만 어린 환자도 없지 않고요.”

이어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흡연자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점으로 미뤄 흡연과 밀접한 상관성을 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버거병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드물지만 흡연율이 높은 아시아권에서는 높은 발생률을 보입니다. 대부분의 환자가 담배를 피우는 20∼40대 남성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라고 부연했다.

이 병의 특징은 팔다리의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량이 부족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증상은 팔보다 다리에서 더 흔하며, 대부분 활동할 때보다 쉬고 있을 때 팔의 아랫부분과 다리에 심한 통증이 온다. 또 걸을 때 다리에 경련이 나타나며, 드물게는 절름발이가 되는 사례도 있다.“이런 증상이 결국 팔다리 조직에 궤양을 만들고, 혈류가 부족한 손·발가락이 추위에 노출되면 무감각증이나 저림증, 정맥 염증이나 혈전이 생기게 되며, 심하면 팔다리 조직괴사로 이어지게 되지요. 이런 특성 때문에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죽상 동맥경화나 심내막염으로 오진되기도 합니다.”

앞서도 거론했지만 버거병은 임상적 특징에 따라 진단할 뿐 원인과 발생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의학자들 대부분은 이 병이 흡연과 밀접한 상관성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환자의 흡연력을 버거병 진단에 필수적인 자료로 활용한다. 당연히 골초에게 이 병이 많다.

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학계에 이설이 없지 않았다. 버거병이 류머티즘 같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견해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사실 30여년 전만 해도 거의 모든 혈관 이상을 버거병이라고 봤는데,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놀랍게 정교한 진단이 가능해진 것지요. 이 질환과 동맥경화의 유발 원인 중 서로 겹치는 것은 흡연 한가지뿐이니까요.”

발견이 쉽지 않지만 발진과 폐 또는 신장 이상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팔다리의 혈관조영술을 시행하면 혈관의 폐쇄 또는 협착이 어렵지 않게 확인되며, 증상은 말초혈관질환으로 시작된다.“이 병은 팔다리에 있는 중간 크기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이 특징이며, 그 때문에 혈류가 줄어 말초혈관질환을 일으키는데, 이 말초혈관 질환은 급성으로 나타나 1∼4주간 지속되기를 반복하는 형태를 보입니다. 말초혈관질환의 증상은 손과 발의 파행(跛行·운동하는 동안 혈류 부족으로 활동 및 운동 중에 나타나는 통증)이나 쉬는 동안에 팔 아랫부분과 다리에 나타나는 심한 통증, 그리고 걸을 때의 다리 경련이 대표적입니다.” 적절한 치료가 뒤따르지 않으면 증상은 계속 심해져 혈관 폐색이 생긴 팔다리의 피부가 위축되고, 내부 조직에는 궤양이 생기며, 무감각증과 저림증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손·발가락이 차가운 온도에 노출되면 부족한 혈류량이 더 줄어 순환장애, 즉 레이노 현상이 나타난다.“이 단계에서는 특정 혈관에 염증과 혈전이 생기고, 심장마비도 올 수 있습니다. 또 아주 심한 경우 조직 괴사가 나타나는가 하면 소장의 혈관에도 영향을 미쳐 복부 통증과 체중 감소가 진행되며, 더러는 신경계 이상도 보입니다.”

치료에는 증상의 완화를 겨냥한 대증요법과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지지요법이 주로 적용된다.“실제로 환자가 흡연을 중단하면 증상이 상당히 호전되는데 통계적으로는 환자의 50%가량이 여기에 해당되며, 더러는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기도 합니다. 약물치료로는 혈전의 형성을 막아주는 항혈전제나 혈관 확장제, 염증을 막는 소염제와 항생제, 그리고 통증을 없애기 위해 진통제를 주로 사용합니다.”

외과적 수술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팔꿈치나 무릎 아랫부분의 소동맥이 막힌 경우에는 대부분 동맥경화증처럼 혈관을 잇거나 넓히는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손·발가락의 미세 혈관들을 확장시켜주는 교감신경 차단술 등 간접 수술치료가 시행되며, 혈관의 폐쇄로 혈류가 감소, 조직 괴사가 발생된 경우라면 수술을 통해 사지를 절단할 수도 있지요.”

버거병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권 교수는 이런 충고도 덧붙였다.“직업적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많지만 어떻든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거나 무릎을 꿇는 자세는 하지의 혈류를 정체시키기 때문에 피해야 합니다. 물론 꽉 끼거나 조이는 옷도 혈류의 흐름을 방해해 병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환자라면 당연히 이런 자세를 피해야겠지요.”

또 환자는 평소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하며, 만약 상처가 생겼다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자칫 잘못하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2007-08-1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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