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기업들

희비 엇갈린 기업들

김효섭 기자
입력 2007-08-17 00:00
업데이트 2007-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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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채권발행 추진 기아차 직격탄…수출기업은 환율상승 효과 기대

미국의 서브 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쇼크로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자 기업들도 초비상이 걸렸다. 당분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앞둔 기업들은 타격이 예상된다. 모처럼 환율이 오르면서 숨통이 트인 수출기업들은 은근히 반기는 기색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주된 수출국인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이어져 수출기업들도 그 사정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M&A 추진 두산 등 초긴장

16일 재계에 따르면 가장 비상이 걸린 곳은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은 49억달러(4조 5000여억원)짜리 해외 M&A를 추진 중이다. 자체 자금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조달하게 돼 있다.M&A를 주도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은 “(M&A 계약때는 없었던)서브 프라임 변수가 생겼지만 현재로서는 당초 계획했던 조건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감은 다시 커지고 있다.

기아차도 직격탄을 맞았다. 당초 해외시장에서 5억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하려 했으나 서브프라임 사태로 보류했다. 대신, 국내 시장에서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다음달 돌아오는 해외빚(2억달러)을 막을 방침이다. 금리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2012년까지 5조여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현대제철도 금융시장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는 11월 열 번째 독(dock) 공사에 들어가는 현대중공업에도 시선이 쏠린다. 한 고위임원은 “자체 현금(내부 유보금)이 풍부해 투자비 조달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면서 “설사 서브 프라임 파장으로 세계 경기가 위축되더라도 2011년까지 열 번째 독에서 만들 2년치 물량을 이미 확보해놓았다.”고 장담했다.

환율 상승 수출기업 숨통…장기화 안되면 득(得)될 수도

큰 현안이 없는 기업들도 사태 파장을 분석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은 대규모 해외 신규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은데다 실탄(내부 유보금)도 넉넉해 일단은 담담한 모습이다. 그룹의 한 임원은 “지금으로 봐서는 이번 사태가 오래 갈 것 같지 않아 기업경영에 위협을 줄 만큼 큰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력기업인 삼성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순익이 3000억원 늘어난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5억달러 규모의 유로채권을 이미 발행한 LG전자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 이자 부담이 늘겠지만 그보다는 환율 상승 효과에 더 기대하는 눈치다.

안미현 김효섭기자 hyun@seoul.co.kr
2007-08-1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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