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라 나오히로와 나카무라 스케가 평상시대로만 팀을 이끈다면 너끈히 2-0으로 이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닛칸스포츠, 호치스포츠 등 언론도 모두 일본의 압승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한·일전은 전력 외에 정신력이 크게 좌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경기 종료 7분 전 서정원의 헤딩슛으로 극적 동점을 만든 뒤 후반 41분 이민성의 통렬한 원바운드 슛으로 2-1 역전승을 거둔 1997년 9월의 ‘도쿄 대첩’이 대표적인 예.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도 0-1로 뒤진 것을 역전, 재역전을 거듭한 뒤 인저리타임에 황선홍이 극적인 페널티킥을 얻어 3-2로 일본을 꺾은 것도 정신력이 한·일전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압축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체력이라는 변수가 정신력을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따라서 어느 팀이 선제골로 상대의 기를 죽이느냐에 따라 다소 엉뚱한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베어벡 감독으로선 내용이 좋지 않아도 이기면 그만이었던 종전과 달리, 둘 다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다.
이근호, 김치곤, 오장은 등 출장기회가 적었던 젊은 선수들이 나카무라, 다카하라 등 닳고 닳은 일본 공격진과 미드필더들을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전적에선 38승18무12패로 한국이 절대 우위지만 2000년 이후에는 2승2무2패로 팽팽하다.
그런데 1954년 이후 한국은 7월에 일본과 네 차례 만나 모두 무실점으로 이겼다.
72년 메르데카컵에서는 박수덕(2골)과 박이천의 골을 엮어 3-0으로 이겼고 78년에는 차범근 조광래 박성화에 김호곤까지 가세,4-0으로 납작 눌렀다.
90년 다이너스컵에서도 ‘일본 킬러’ 황선홍과 김주성의 골로 2-0 승리를 거뒀고 91년 한·일정기전 때는 하석주의 결승골로 ‘7월의 전설’을 이어갔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