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가 발행하는 인터넷 매거진 슬레이트닷컴의 외교 칼럼니스트 프레드 카플란은 31일(현지시간) ‘이라크가 한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전과 이라크전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은 38선을 넘어온 침입자를 응징하고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는다는 분명한 명분이 있는 전쟁이었지만, 이라크전은 미군이 ‘침공자’였으며, 전쟁의 목적도 미국의 힘을 일방적으로 확산하려는 것 말고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카플란은 “주한미군은 한국전쟁 발발 이후 57년간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미군을 2060년까지 주둔시킬 생각인가.”라고 반문했다.
카플란은 또 전쟁 이후 주한미군은 한국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라크 주둔군은 취약한 정부를 지탱하고 내전의 폭발을 간신히 막아내는 데 급급하다고 비교했다. 특히 이라크전은 국경도, 전장도 따로 없으며 누가 적이고 친구인지도 불투명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카플란은 이에 따라 1953년 휴전이래 주한미군 사망자는 ‘8·18 도끼 만행’ 피해자를 포함해 90명이지만, 이라크에서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에만 3000명의 이라크 주둔군이 사망했고 하루하루 그 숫자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플란은 한국전과 이라크전의 유일한 공통점은 두 전쟁이 모두 미국에서 인기가 없었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카플란은 지금 시점에서 보면 한국전은 그리 나쁜 전쟁은 아니었다고 판단되고, 그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을 한국전에 비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카플란은 그러나 이는 부시 대통령이 역사를 바로 보는 것이 아니며 책임을 회피하고 현실을 수사학적으로 덮으려는 태도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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