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간의 첫 정책토론회는 정책 선거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당내 경선이 시작되기 전, 그것도 후보 등록 이전부터 후보간 정책 검증이 이뤄진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토론회 결과는 후보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본지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의 지난 달 30일 전화여론조사는 이를 방증한다.
응답자의 12.2%가 토론회 후 지지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는데, 한 번의 토론회로 지지후보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후보에 대한 평가가 쌓이다 보면 지지 후보를 바꿀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만큼 정책 토론회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후보들이 말싸움만 하고 국민들에게 전혀 감흥을 주지 못한 토론회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마치 당 대표를 선출하는 대회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다섯 주자들은 ‘내가 어느 당의 경선에 나섰는가.’라는 기본명제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정권 교체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다. 범여권 대선주자가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지지율 부동의 1,2위 주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바꾸겠다.’며 조목조목 짚었어야 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주자들간의 경쟁보다 10년만의 정권 교체가 더 큰 명제가 아니겠는가. 그것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또한 적지 않은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생활이 좀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여기에 걸맞게 구체적인 진단과 처방전을 제시해야 했다. 예컨대 대한민국의 먹거리 소재-신성장동력-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자기 생각을 밝혔어야 함에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커녕 오로지 한반도 대운하 공방전에만 매몰된 소극(笑劇)을 펼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소기업 대책, 유가·환율 대책, 부동산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현안들에 비하면 대운하 문제는 사소한 것이다.
토론회 방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 두루뭉술하게 묻고 총괄적으로 답변하는 식으론 ‘하나 마나 한’ 토론회에 그치게 된다. 심층 토론을 위해서는 일문일답을 늘려 사실상 1대 1 토론을 유도하거나 패널식 토론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맞짱 토론도 검토해볼 만하다.
하나의 주제를 갖고 아옹다옹 싸울 게 아니라 국민들이 관심 갖는 다양한 주제에 관해 주자들의 해법을 듣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권영세 최고위원은 “국민들의 관심 분야에 대한 자기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길 기대했지만 사소한 문제로 말싸움이나 했다.”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도 “토론회에 당원이나 대의원이 아닌 중립적 인사들이 참석해 이들이 직접 후보들에게 질문하는 이른바 ‘타운 홀 미팅’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수부대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심층 토론을 위해서는 지지율 5% 이상의 후보들만 참석하는 토론회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 주자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만약 범여권의 주자가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과연 이길 수 있겠는가. 솔직히 힘들다고 본다.2002년 노무현 후보는 분배, 자주, 기득권 해체 등 확고한 철학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정치인이었다. 어느 토론회에서도 분명한 논리로 일관성이 돋보였다.
참모나 자문교수단이 써준 것을 앵무새처럼 읽어서는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될 수 없다. 그건 불행이다. 자기 주장과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다.
jthan@seoul.co.kr
토론회 결과는 후보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본지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의 지난 달 30일 전화여론조사는 이를 방증한다.
응답자의 12.2%가 토론회 후 지지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는데, 한 번의 토론회로 지지후보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후보에 대한 평가가 쌓이다 보면 지지 후보를 바꿀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만큼 정책 토론회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후보들이 말싸움만 하고 국민들에게 전혀 감흥을 주지 못한 토론회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마치 당 대표를 선출하는 대회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다섯 주자들은 ‘내가 어느 당의 경선에 나섰는가.’라는 기본명제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정권 교체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다. 범여권 대선주자가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지지율 부동의 1,2위 주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바꾸겠다.’며 조목조목 짚었어야 했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주자들간의 경쟁보다 10년만의 정권 교체가 더 큰 명제가 아니겠는가. 그것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또한 적지 않은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생활이 좀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여기에 걸맞게 구체적인 진단과 처방전을 제시해야 했다. 예컨대 대한민국의 먹거리 소재-신성장동력-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자기 생각을 밝혔어야 함에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커녕 오로지 한반도 대운하 공방전에만 매몰된 소극(笑劇)을 펼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소기업 대책, 유가·환율 대책, 부동산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현안들에 비하면 대운하 문제는 사소한 것이다.
토론회 방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 두루뭉술하게 묻고 총괄적으로 답변하는 식으론 ‘하나 마나 한’ 토론회에 그치게 된다. 심층 토론을 위해서는 일문일답을 늘려 사실상 1대 1 토론을 유도하거나 패널식 토론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맞짱 토론도 검토해볼 만하다.
하나의 주제를 갖고 아옹다옹 싸울 게 아니라 국민들이 관심 갖는 다양한 주제에 관해 주자들의 해법을 듣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권영세 최고위원은 “국민들의 관심 분야에 대한 자기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길 기대했지만 사소한 문제로 말싸움이나 했다.”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도 “토론회에 당원이나 대의원이 아닌 중립적 인사들이 참석해 이들이 직접 후보들에게 질문하는 이른바 ‘타운 홀 미팅’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수부대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심층 토론을 위해서는 지지율 5% 이상의 후보들만 참석하는 토론회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 주자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만약 범여권의 주자가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과연 이길 수 있겠는가. 솔직히 힘들다고 본다.2002년 노무현 후보는 분배, 자주, 기득권 해체 등 확고한 철학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정치인이었다. 어느 토론회에서도 분명한 논리로 일관성이 돋보였다.
참모나 자문교수단이 써준 것을 앵무새처럼 읽어서는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될 수 없다. 그건 불행이다. 자기 주장과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다.
jthan@seoul.co.kr
2007-06-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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