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항쟁 의미 되새기는 기회로”

“6·10항쟁 의미 되새기는 기회로”

이경주 기자
입력 2007-05-31 00:00
수정 2007-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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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10일 영정이 찢겼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내 가슴도 찢어졌죠.”(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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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도서관 앞이 시끄럽다고 그런 짓을 했다던데 화가 치솟더군요.”(영정과 걸개그림을 그린 최병수 화백)

“교내에서 생긴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우리가 꼭 책임지고 싶었습니다.”(연세대 상경대 이한열 열사 추모기획단장)

2년 전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훼손된 채 발견된 이한열 열사의 영정이 6월 항쟁 20주년을 앞두고 단과대 후배들에 의해 복원된다. 영정은 1987년 이한열 열사 영결식 때 사용됐던 영정으로 2004년 6월10일 중앙도서관 앞에 전시됐다가 예리한 칼로 난도질 당한 채 발견돼 그동안 복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30일 연세대 상경대 고(故)이한열 열사 추모기획단에 따르면 이한열 열사 영정 복원과 대형 걸개그림 추가 제작을 위한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가로 1.8m, 세로 2.3m 크기의 영정은 6월 항쟁의 상징적인 그림으로 다음달 9일까지 복원돼 중앙도서관 앞에 다시 내걸린다. 걸개그림은 이미 제작된 두 점이 각각 국립현대미술관과 광주비엔날레에 소속돼 있어 추가로 제작하는 것이다.

재학생들은 지난 3월 영정과 걸개그림을 그린 최병수 화백을 찾아가 영정 복원을 부탁했다. 최 화백은 “훼손된 것도 나름대로 역사적 의미가 있고, 다시 제작하는 것 역시 다른 의미의 복원이니 다시 그리자.”고 말했다. 영정은 1988년 9월에 스프레이를 뿌려 놓은 훼손 사건이 있었던 터라 이번이 세 번째로 제작되는 셈이다. 모금 목표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거액의 기부보다는 학생들이 조금씩 정성을 모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모인 금액은 목표금액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졸업생들도 이 소식을 듣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몇 만원씩이지만 꾸준하게 모이고 있으며 약정서를 써주는 선배들도 늘어나고 있다.

추모기획단장 이혁(24)씨는 “모금은 6월9일이 지나도 계속된다.”면서 “하루를 위해 준비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학교에선 민주주의라는 단어 자체를 듣기 힘들다.”면서 “영정·걸개그림 재제작 모금사업을 통해 이한열 열사와 6·10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금운동을 함께하는 이모(24)씨도 “큰 의미가 아니라도 학우들이 2007년 현재의 관점에서 6·10항쟁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높이 10m, 폭 7.5m의 이한열 추모 걸개그림도 현재 80% 정도 작업이 진행됐다.2004년 10월 위암 수술을 받은 최 화백은 “대학생은 취직에만 관심 있다고 말하는 세상에 대견한 일”이라면서 “다시는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는 “돈도 없는 학생들이 한두푼씩 모으는 게 쉽지 않은데 그저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 모금운동에 동참하려면 상경대 학생회실(02-2123-3648)로 연락하면 된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7-05-3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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