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이지’의 발칙한 치아 얘기] 명화속 여인들 입술 꾹 다문 이유는

[닥터 ‘이지’의 발칙한 치아 얘기] 명화속 여인들 입술 꾹 다문 이유는

입력 2007-03-22 00:00
수정 2007-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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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치과에는 유난히도 여성 환자들이 많다. 그 가운데 적잖은 분들이 필자에게 털어놓는 얘기가 있다.“치과에 가서 입을 벌리는 느낌은 꼭 산부인과에 가서 질을 보여 주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잠재적일지라도 많은 여성들이 ‘입’을 성적인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다. 서양의 대표적 미인도인 ‘모나리자’는 너무나 단아하고 우아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모나리자의 치아를 본 적이 있는가. 초상화, 특히나 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은 여성의 초상화 중에서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신윤복이나 고 김기창 화백의 ‘미인도’에 등장하는 여성들 역시 절대로 치아를 드러내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이 이런 현상을 두고 ‘화가들이 여성의 입을 성적인 심벌리즘으로 인식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전염성 질환인 ‘헤르페스’를 예로 들어보자. 헤르페스 바이러스에는 1형과 2형 두 가지가 있다.1형 바이러스는 주로 구강 헤르페스의 원인이 되고,2형 바이러스는 주로 성기 헤르페스의 원인이 된다. 구강 헤르페스는 주로 키스를 통해 전염되며, 성기 헤르페스는 성교를 통해 전염된다.

또 있다. 일종의 다발성 질환인 ‘베체씨 증후군’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환자가 안질환과 함께 입안 점막의 궤양, 입안이 아프고 물집이 생기는 증세나 외음부의 생식기 부분에 궤양이 생기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남성에게 있어 구강은 어떤 의미일까? 과거에는 연인과 헤어질 때 사랑의 정표로 치아를 뽑아주는 발치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배비장전’에 보면 여주인공 애랑이 떠나가는 배비장에게 “분벽사창에 마주 앉아 서로 보고 당식당식 웃으시면 앞니 하나 빼어 주오.” 라고 호소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것을 보면 남성들도 치아를 결초의 상징으로 보았음은 물론 여기에 더해 아주 강한 성적 의미를 부여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은 성적 관심에 중점을 두어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5단계를 거쳐서 발달한다고 보았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인간의 욕망 특히 성적 욕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으며, 성적 에너지가 성감대를 찾아 신체의 부위로 옮아가는 과정을 발달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마냥 비판할 일도 아니다. 프로이트가 제시한 5가지 발달 단계는 이렇다. 구강기(0∼1세), 항문기(1∼3세), 남근기(3∼6세), 잠복기(6∼12세), 생식기(12세 이후)이며, 이 가운데 구강기에 대해 그는 ‘유아의 성적 관심이 입, 혀, 입술 등 구강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먹는 행동을 통해 만족과 쾌감을 얻는다.

결국 기능적 측면에서 볼 때 구강은 인체에서 가장 먼저 발달하는 부위이며,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성적 ‘도구’가 되는 셈이다.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동·서양의 미인도에서 굳게 닫혔던 입이 근래에 오면서 활짝 벌어진 입매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자, 이제 새하얀 미소, 충치나 잇몸질환이 없는 청결한 구강으로, 이성을 사로잡는 섹시한 매력을 한껏 내뿜는 건 어떨까.

이지영(치의학 박사·서울 강남 이지치과 원장 www.egy.co.kr)
2007-03-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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