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차원의 조각 vs 저항적 추상

3.5차원의 조각 vs 저항적 추상

윤창수 기자
입력 2007-03-05 00:00
수정 2007-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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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1977년 함께 입학한 조각가 윤영석과 박희선이 30년 뒤 보여주는 작품세계는 서로 많이 다르다.

오는 4월22일까지 서울 로댕갤러리(02-2259-7781)에서 ‘윤영석:3.5차원의 영역’이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갖는 윤영석은 독일 유학 이후 미묘하고 개념적인 작업을 선보여 왔다.

금속, 돌, 나무 등 그동안 조각가들이 흔히 사용했던 소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2003년부터 국내에서 독보적으로 시도했던 렌티큘러(입체사진) 작업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는 방향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렌티큘러로 눈동자의 움직임, 발레리나의 발동작, 움직이는 농구공 등을 표현했다.

전시회장 입구에는 당구큐대를 잡은 거대한 손인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가 설치돼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손가락이 6개다. 복제양 돌리를 인용하여 과학과 문명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집착을 해석하는 ‘표본실의 양들’ 등 작가는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을 넘어 시공간이 일치된 4차원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김종영미술관(02-3217-6484)에서 오는 4월26일까지 10주기 추모전이 열리는 박희선은 기억 속에서 다소 희미한 조각가이다.

41살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는 ‘저항적 추상미술’이란 한국미술사에 독보적인 작품을 남겼다고 미술관측은 평가했다. 유족들이 10년 넘게 보관해오던 작품들은 여전히 서슬이 시퍼렇고 시대의식이 살아 숨쉰다.1980년대에 한반도의 역사, 통일, 생명과 같은 주제에 골몰했던 작가는 종류가 다른 여러 나무토막을 끼워 맞춰 작품을 완성하는 전통적 제작방식을 사용했다. 재료를 통째 깎는 것이 아니라 나무못으로 조각들을 끼워 맞춰 작품을 완성, 통일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여린 나무 속살에 도끼를 찍어 넣은 작품 ‘한반도’는 시각적 충격과 아슬아슬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윤영석은 “박희선이 전통적인 한국성에 천착했다면, 나는 조각의 영역 확장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시대를 살았고, 비슷한 것을 배웠던 두 조각가가 어떻게 판이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07-03-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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