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호진(46)은 카메라 앞에서 매끄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인터뷰 초반 쉴새 없이 찰칵거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를 끝내 참지 못했다.“할 수만 있다면 저 카메라를 부숴버리고 싶다.”고 깜짝 놀랄 말까지 뱉었다.
“솔직히 필름 카메라면 저렇게 많이 찍겠냐.”며 디지털 시대의 폐해까지 거론하면서 그는 정말 카메라를 향해 단 한번도 웃지 않았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스틸 사진 한장도 찍지 못하게 한다는 그는 웬만해서 인터뷰에 나서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어렵사리 기자와 만났다. 그래도 자리가 거북스러운지 연신 줄담배를 피운다. 그의 거친 말투와 무뚝뚝한 태도에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여느 배우와 달리 스스로 포장을 벗겨낸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개그와 코미디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한번 가서 사전 찾아보세요.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좋지아니한가’는 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코미디 영화입니다. 이런 게 코미디 영화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나섰습니다.” 그의 눈에서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다.
‘좋지아니한가’(1일 개봉)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내놓은 새 영화.
그는 여기서 고개숙인 가장이자 무기력한 영어 교사 창수로 나온다. 엉뚱하게 원조교제에 휘말리는 아버지, 동네 노래방 총각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엄마, 원조교제 여고생을 좋아하는 아들, 자신의 존재가 궁금한 딸, 무협소설 작가라지만 백수나 다름없는 처제 등 한지붕 아래 살지만 서로에게 남보다 더 관심없는 이들이 위기의 순간 하나로 뭉치게 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독특한 화법의 영화다.
그의 말대로 영화는 작정하고 웃기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키득키득 웃음이 터지고 웃음 뒤엔 뭔가 걸리는 게 있다.“우리는 드라마를 하려고 했지 개인기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웃깁니다.” 요즘 판박이 한국 영화에 은근히 화살을 날린다.
그리곤 덧붙여 하는 말.“이 영화 코미디·가족 영화 맞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 말이 오히려 (영화가 형편없을 거란)편견을 조장해서 처음엔 이걸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거죠.”
그러더니 한동안 영화계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낸다.“영화는 관객들 스스로가 느끼고 가져가도록 여백을 줘야합니다. 그런데 ‘1000만’이란 숫자가 나온 뒤로 영화계가 돈에만 눈이 멀어서 관객들에게 사탕만 주고 있어요. 관객들을 즉각적인 단맛만 원하게 만들어 놨죠. 이건 영화인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하드웨어는 나아졌지만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는 못 따라간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래도 젊은 감독들의 열정 만큼은 식지 않아서 희망을 건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작품이든 “인간만 보이면 다 한다.”다.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 영화계가 좀더 다양한 색깔로 물들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돈만 따지다 보니 획일화되는 영화계가 걱정스럽다. 그래서 함께 출연한 김혜수·박해일을 향해 “젊은 친구들이 작품만 보고 선택한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했다.
‘천호진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 한 네티즌은 영화 ‘좋지아니한가’에 대한 기대감을 이렇게 나타냈다. 이처럼 그는 관객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주는 배우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는 참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근래의 화제작들만 꼽아봐도 그가 보이지 않는 작품은 없다. 작품에 꼭 맞는 무게를 지니고 있었기에 그의 연기는 확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깊이 뇌리에 박힌다.“출연료가 싸서 그래요.”라고 인터뷰 처음 농담 같은 소리를 하곤 “좋은 감독들이 찾아줘서 고맙지 뭐.”하며 여전히 겸손해 한다.
그가 꼭 하고 싶은 영화는 40대 중년들의 멜로다.“이제 영화가 어른스러워질 필요가 있어요. 어린 친구들 코 묻은 돈만 먹으려 하지 말고 중년 관객층을 끌어와야죠.”
그의 차기작은 ‘알 포인트’를 찍은 공수창 감독의 ‘G.P 506’. 중년에 예기치 않게 찾아온 사랑에 흔들리는 남자 주인공은 당분간 상상에 맡기자. 일단 최전방 초소에서 일어난 총기난동사건을 담당하는 노수사관으로 그를 먼저 만나야 할 것 같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솔직히 필름 카메라면 저렇게 많이 찍겠냐.”며 디지털 시대의 폐해까지 거론하면서 그는 정말 카메라를 향해 단 한번도 웃지 않았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스틸 사진 한장도 찍지 못하게 한다는 그는 웬만해서 인터뷰에 나서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천호진
그런 그가 이번엔 어렵사리 기자와 만났다. 그래도 자리가 거북스러운지 연신 줄담배를 피운다. 그의 거친 말투와 무뚝뚝한 태도에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여느 배우와 달리 스스로 포장을 벗겨낸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개그와 코미디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한번 가서 사전 찾아보세요.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좋지아니한가’는 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코미디 영화입니다. 이런 게 코미디 영화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나섰습니다.” 그의 눈에서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다.
‘좋지아니한가’(1일 개봉)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내놓은 새 영화.
그는 여기서 고개숙인 가장이자 무기력한 영어 교사 창수로 나온다. 엉뚱하게 원조교제에 휘말리는 아버지, 동네 노래방 총각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엄마, 원조교제 여고생을 좋아하는 아들, 자신의 존재가 궁금한 딸, 무협소설 작가라지만 백수나 다름없는 처제 등 한지붕 아래 살지만 서로에게 남보다 더 관심없는 이들이 위기의 순간 하나로 뭉치게 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독특한 화법의 영화다.
그의 말대로 영화는 작정하고 웃기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키득키득 웃음이 터지고 웃음 뒤엔 뭔가 걸리는 게 있다.“우리는 드라마를 하려고 했지 개인기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웃깁니다.” 요즘 판박이 한국 영화에 은근히 화살을 날린다.
그리곤 덧붙여 하는 말.“이 영화 코미디·가족 영화 맞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 말이 오히려 (영화가 형편없을 거란)편견을 조장해서 처음엔 이걸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거죠.”
그러더니 한동안 영화계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낸다.“영화는 관객들 스스로가 느끼고 가져가도록 여백을 줘야합니다. 그런데 ‘1000만’이란 숫자가 나온 뒤로 영화계가 돈에만 눈이 멀어서 관객들에게 사탕만 주고 있어요. 관객들을 즉각적인 단맛만 원하게 만들어 놨죠. 이건 영화인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하드웨어는 나아졌지만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는 못 따라간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래도 젊은 감독들의 열정 만큼은 식지 않아서 희망을 건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작품이든 “인간만 보이면 다 한다.”다.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 영화계가 좀더 다양한 색깔로 물들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돈만 따지다 보니 획일화되는 영화계가 걱정스럽다. 그래서 함께 출연한 김혜수·박해일을 향해 “젊은 친구들이 작품만 보고 선택한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했다.
‘천호진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 한 네티즌은 영화 ‘좋지아니한가’에 대한 기대감을 이렇게 나타냈다. 이처럼 그는 관객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주는 배우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는 참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근래의 화제작들만 꼽아봐도 그가 보이지 않는 작품은 없다. 작품에 꼭 맞는 무게를 지니고 있었기에 그의 연기는 확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깊이 뇌리에 박힌다.“출연료가 싸서 그래요.”라고 인터뷰 처음 농담 같은 소리를 하곤 “좋은 감독들이 찾아줘서 고맙지 뭐.”하며 여전히 겸손해 한다.
그가 꼭 하고 싶은 영화는 40대 중년들의 멜로다.“이제 영화가 어른스러워질 필요가 있어요. 어린 친구들 코 묻은 돈만 먹으려 하지 말고 중년 관객층을 끌어와야죠.”
그의 차기작은 ‘알 포인트’를 찍은 공수창 감독의 ‘G.P 506’. 중년에 예기치 않게 찾아온 사랑에 흔들리는 남자 주인공은 당분간 상상에 맡기자. 일단 최전방 초소에서 일어난 총기난동사건을 담당하는 노수사관으로 그를 먼저 만나야 할 것 같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2007-03-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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