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김태촌인데 집 피바다 돼도…”

“나 김태촌인데 집 피바다 돼도…”

홍희경 기자
입력 2007-02-07 00:00
수정 2007-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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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김태촌인데.” “권상우 집이 ○○빌라 ○호 맞지?내일부터 피바다가 돼도 상관없나.”

한류 스타 권상우의 일본 팬미팅을 추진한 현지 조폭 출신의 청탁을 받은 전 ‘서방파’ 두목 김태촌(57)씨가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 권씨측을 협박한 통화 내용이다. #“스캔들이 터지면 얼마나 파장이 큰지 모르나.”“권상우를 죽일 카드를 쥐고 있는데, 코스닥 상장으로 벌어들인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같이 죽을 수밖에….” 권씨의 전 소속사 대표 한모(43)씨는 이같은 협박으로 권씨측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뜯어냈다. 듣기만 해도 섬뜩했지만, 권씨는 마음을 다잡고 자신과 지인들에게 걸려온 통화내용을 직접 녹음해 이를 검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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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출신인 전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가 지속적으로 협박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박충근)는 6일 연예계 조폭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권씨를 협박한 김씨와 한씨를 각각 강요미수와 공갈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권씨를 협박해 매니지먼트 독점 계약을 맺으려 한 백모(28)씨도 공갈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한씨가 운영한 기획사 직원이었던 백씨는 양은이파 출신으로 알려졌다.

권씨가 사생활 노출을 감수하면서까지 피해 사실을 고소한 데는 권씨와 소속사에 대한 조폭 출신들의 협박과 강요행위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권씨의 일본 팬미팅을 추진한 현지 야쿠자 출신 N씨의 청탁을 받고 지난해 4월 권씨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을 계속했다. 권씨가 몇차례 통화를 거부하자, 김씨는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도 괜찮냐.”며 윽박지르면서 권씨를 괴롭혔다.

2003년부터 한씨에게 영입돼 권씨의 매니저 일을 했던 백씨는 계약이 끝나는 2005년 11월부터 권씨와의 재계약을 위해 사생활과 관련된 약점을 폭로하겠다고 권씨를 협박해 전속계약 내용이 담긴 각서<사진>를 받아내는 악랄함을 보였다. 권씨가 검찰에 제출한 각서에는 “본인 권상우는 Y사에 소속되어 있는 기간 동안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권상우의 매니지먼트 일은 백모가 하는 것으로 위임한다. 이를 어길 경우 10억원을 백모에게 지급한다.”고 돼 있다.

조폭, 코스닥 상장 연예기획사를 사금고로 활용하기도

권씨의 전 소속사 대표였던 한씨는 권씨 개인에게 접근하는 선을 넘어 소속사 대표를 협박해 수십억원을 뜯어냈다. 그는 권씨와 같은 소속사인 배우 L씨 등의 약점을 폭로하겠다며 Y사 대표 정모씨에게 접근했다. 한씨는 코스닥 상장으로 Y사 주가가 오르자, 이 회사 주식 일부를 인수한 P 연예기획사 대리인 행세를 하며 Y사측으로부터 30억원을 뜯어냈다.P사 대표인 임모(45)씨는 횡령 혐의로 수배된 케이블 음악채널 KMTV 전 대표 조모(45)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이번에 붙잡힌 조씨는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며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인물.2001년 9월부터 2003년 6월까지 KMTV와 대영 ANV 대표로 있으면서 회사돈 400억원을 횡령해 유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를 사금고처럼 활용한 것이다.

추가 수사 대상자들, 사생활 노출 꺼려 소환 불응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몇몇 한류스타들이 권씨처럼 조폭 세력에게 협박을 당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관련자들이 협조하지 않아 내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담당한 김윤상 검사는 “피해자이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조사받기를 극도로 꺼리고 참고인들이 잠적하거나 출석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박충근 부장검사는 “조폭 출신들이 매니저 등으로 연예계에 침투하거나 스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기획사 인수를 통한 우회상장 등의 이권에 개입, 부당이득을 챙긴다는 소문이 수사에서 확인됐다.”면서 “한류 열풍에 편승해 스타들의 이권사업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해외 조폭과 국내 조폭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7-02-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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