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가 차붐을 물었다.’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전남의 FA컵 결승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폭격했던 ‘차붐’ 차범근 수원 감독과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를 질주했던 ‘진돗개’ 허정무 전남 감독의 자존심 대결이 불꽃을 튄 것. 둘은 현역으로, 또 지도자로 30여년 동안 한국 축구의 대표 라이벌이었다.
게다가 올해 수원은 K-리그 챔피언 등극에 실패했고, 전남은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한 터라 이날이 두 팀에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이를 반영하듯 두 팀 모두 스피드를 살려 공격에 공격을 거듭하며 초겨울 추위를 날려버렸다. 후반 11분 승부가 갈렸다. 전남 박종우가 상대 왼쪽 골라인을 돌파해 문전으로 패스를 올렸다. 이를 부상에서 복귀한 산드로 히로시가 뒤로 건넸고, 문전쇄도하던 송정현의 발에 걸린 공은 이운재가 지키고 있던 수원 골문을 갈랐다. 후반 40분 산드로의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받은 김태우가 쐐기골을 작렬시키며 전남이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9년 만에 FA컵 정상에 오른 전남은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서게 됐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6-12-04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