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투자’ 이번엔 뜰까

‘사회책임투자’ 이번엔 뜰까

이종락 기자
입력 2006-08-23 00:00
수정 2006-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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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도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펀드’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01년 삼성투신운용이 ‘에코펀드’로 첫선을 보인 이후 CJ투자증권과 기업책임시민단체가 공동으로 SRI-MMF를 만들었지만 그다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주축으로 한 ‘장하성 펀드’가 선보이는 등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사회분위기로 인해 성공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현행 상법상 지분을 3% 이상 가지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SRI펀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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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만 3개의 SRI펀드 선보여

SRI(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펀드는 사회책임투자를 표방한다. 사회책임투자란 재무제표뿐 아니라 사회·윤리·환경적인 가치들을 평가해 투자하는 것을 지칭한다. 최근에는 기업지배구조가 낙후됐지만 이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SRI펀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투자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책임투자(SRI)펀드가 활성화돼 있다. 특히 미국은 전체 펀드 규모의 12.5% 수준인 2000조원 정도가 SRI펀드로 운용될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SH자산운용의 ‘Tops 아름다운 주식투자신탁 1호’는 23일 현재 수탁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3개월 누적 수익률 11%를 기록, 전체 주식형 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인 3.35%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이익을 내고 있다.SH자산운용은 사회기여도가 높은 유한양행과 환경공해를 줄이기 위한 설비에 과감히 투자하는 한화석유화학이나 삼성SDI 등 국내 40여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농협CA자산운용은 지난 1일 ‘뉴아너스 SRI펀드’를 출시했다.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거나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외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고 있다. 운용과 판매보수의 3%를 공익재단 등에 기부할 예정이다. 농협CA자산운용은 농협과 NH투자증권의 지점망을 활용한다면 1000억원까지 펀드를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스는 지난 18일부터 의결권 등 주주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알리안츠 GI 기업가치 향상 장기주식 투자신탁’을 판매하고 있다. 알리안츠의 기업지배구조펀드측은 지분 3%를 보유할 경우 주주제안권 등을 적극 행사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배구조 문제로 좋은 기술력을 갖고도 성장을 하지 못하는 회사들을 노리고 있다.500억원 모집이 목표다.

장하성 펀드 수면 위로

장하성 교수를 주축으로 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1300억원 규모의 1차 자금조달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달말 본격 투자에 나선다.

펀드에는 미국 버지니아대와 조지타운대 재단,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외 10여개 기관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2000억원을 모집해 10개 이상의 중소기업에 분산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장 교수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투자자문과 기업분석 등을 맡고, 미국계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가 운용을 담당할 예정이다.

장 교수는 “과거에 발행된 SRI펀드는 전문성 부족과 원래 발행 목적에 맞지 않는 운영 등으로 사실상 실패했다.”면서 “조만간 경영투명이 요구되는 기업의 5% 이상 대량 지분변동 보고와 의결권 행사 여부 등에 대한 공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재벌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인 목소를 냈던 장 교수가 펀드조성을 마무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장 교수가 지배구조펀드의 지분 취득을 통해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등을 요구하거나 자본 활용 방식을 바꿔주는 등의 공격적인 운용 스타일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장하성 펀드가 현재로선 유망한 중소기업에 주로 투자할 계획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SRI펀드 조성에 성공하면 향후 대기업의 지분 3% 이상을 확보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2006-08-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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