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카드 폐기’ 파장과 전망

‘문재인 카드 폐기’ 파장과 전망

황장석 기자
입력 2006-08-09 00:00
업데이트 2006-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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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8일 김성호 국가청렴위 사무처장을 신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함에 따라 ‘문재인 법무장관 카드’ 파동으로 촉발된 당·청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번 파문이 가져온 갈등의 앙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갈등에도 불구하고 일단 ‘탈당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을 둘러싸고 올 연말, 내년 초에 추진될 예정인 정계개편에도 노 대통령이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盧대통령 구상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새 법무장관으로 결국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카드를 접고 김성호 국가청렴위 사무처장 카드를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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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노 대통령은 막판까지 ‘20년 지기’인 문 전 수석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지만 정치적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문 전 수석을 밀어붙였을 때 닥칠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다.

문 전 수석은 자신의 법무장관 기용 논란으로 당·청 갈등만 확산되는 부작용을 빚자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기 싫다. 불필요한 정치적 긴장을 야기할 수 있지 않으냐.”며 고사 입장을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인사수석 등에게 전달했다. 이에 청와대의 일부 고위 관계자들은 “문 전 수석을 설득해서 인사를 하자.”는 의견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도 이날 오후 김 사무처장과 함께 문 전 수석이 포함된 인사추천위의 회의 결과를 노 대통령에게 올렸을 정도로 ‘문재인 카드’는 마지막까지 살아 있었다. 노 대통령 역시 미련이 남아 있었지만 결국 김 처장을 최종 낙점했다. 산적한 국정 현안의 처리와 함께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다.

김 처장의 내정은 외형적으로 청와대나 열린우리당의 ‘윈윈 게임’이라는 자체 평가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측은 문 전 수석을 반대하던 의견이 존중됨에 따라 체면을 구기지 않은 데다 노 대통령 역시 ‘당과 함께 국정 항해’라는 모양새를 갖췄다.

물론 노 대통령은 문 전 수석의 ‘효용 가치’를 십분 고려해 결심했을 법하다. 언제든지 필요한 자리에 중용할 수 있는 ‘카드’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비서실장감’이란 말이 나돌고 있다.

노 대통령은 ‘문재인 카드’를 둘러싼 당·청 갈등을 일단 매듭지음에 따라 당분간 국정 과제의 추진과 민생 챙기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코드인사’ 논란에서도 홀가분해진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이달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에서 사법개혁법안 등의 처리를 위해 여야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사태 이후 꼬일 대로 꼬인 대북 정책, 주변국과의 불협화음, 전시작전권 환수를 둘러싼 논란 등을 푸는 데도 힘을 쏟을 것 같다.

어쨌든 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고수해온 ‘문재인 카드’를 접는 과정에서 입은 상처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남을 듯싶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與의 득실계산

김성호 신임 법무장관의 내정에 대해 열린우리당측은 드러내놓고 환호작약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심기를 고려한 듯한 자세다. 우선 “노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한다.”고 전제하고 “민심과 당심을 고려한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열린우리당측은 ‘법무장관 논란’의 불씨가 된 ‘문재인 카드’를 노 대통령이 결국 접었다는 점에서 일단 만족스러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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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8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을 찾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활성화를 호소하고 있다.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8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을 찾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활성화를 호소하고 있다.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근태 의장을 겨냥한 노 대통령의 여러 언급을 감안하면 양측 관계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돼 향후 정국의 예측 불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날 인선 결과를 놓고 ‘친노 그룹’이 불만을 표시한 것만 해도 그렇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청와대)오찬 이후에 이미 예정된 것 아니냐.”면서 “노 대통령의 정치적·합리적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애초 8·6청와대 오찬 이후 또다시 대통령 앞에서 ‘노(No)’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당 지도부는 인사결과를 보고 “우리가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을 잘하지 않았느냐.”며 내심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특히 김근태 의장 쪽은 ‘문 법무카드’가 강행됐을 경우 ‘퇴로’까지 고민했었던 만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부에서 청와대에 대한 당의 ‘완봉승’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당청 모두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평이 대세다.

다만 친노계열의 의원들로부터는 거친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광재 의원은 “문 전 민정수석은 신임 법무장관을 검토하는 순간부터 극구 사양해 왔다.”면서 “당은 언론을 통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들 것이 아니라 인사청문회를 통해 부적절한 인사를 걸러내면 됐던 것”이라며 공개적인 인사권 논란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백원우 의원도 “대통령이 ‘문 법무카드’에 대해 공식적 제안이나 비공식적 의사표현을 한 적이 없는데 당에서 ‘철회하라.’고 하면 어떡하냐.”면서 “결국 당청 간의 의사소통 부재, 정서상의 불일치가 갈등을 일으킨 만큼 해소해 나가야 할 과제가 생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문소영 황장석기자 symun@seoul.co.kr



향후정국 전망열린우리당의 하반기 항해 목표는 ‘정국운영의 주도권’ 확보에 맞춰지는 것 같다. 방향타는 ‘참여·정책’ 정당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던진 “탈당하지 않으면서 우리당이 주도하는 정계개편을 준비할 것”이라는 메시지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서민경제회복추진위의 활동을 가속화하면서 9월 정기국회 때 민생법안을 중심으로 원내 차별화를 노리고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통해 정치개혁에 시동을 걸겠다는 태세다.

서민경제회복추진위의 태동은 애초부터 ‘시장의 신뢰를 받는’ 정당을 위한 기제였다. 현재 경영계 대장정을 마무리짓고 이어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방문,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대타협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이미 발표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책 등을 내실화해 정기국회 때 정책위와의 협의를 거쳐 입법화 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9월 정기국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이라크 파병 철군, 경제·민생 사안 등 각종 ‘인화성’ 사안이 즐비해 있는 시기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국민적 총의를 모으는 과정을 거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책을 앞세울 것”라고 밝혔다. 정기국회는 열린우리당 입장에서 정국 운영의 주도권 확보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다. 이 위원장은 “차별화 전략으로 당 지지도를 10%포인트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복안을 덧붙였다.

이쯤 되면 정치·정당개혁의 큰 틀로 구상중인 ‘오픈 프라이머리’가 밑그림을 드러낼 전망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당 운영방식과 의사결정 구조가 유권자 중심으로 변하게 되면 정책 경쟁력이 중요해진다. 기존의 이념·대중 정당에서 유권자·정책 정당으로 옮아가는 정치변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6-08-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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