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베이비 부머들(상)-미국

세계의 베이비 부머들(상)-미국

이도운 기자
입력 2006-07-27 00:00
수정 2006-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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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베이비붐 세대와 일본의 단카이(團塊·1차 베이비붐) 세대 맏형들이 각각 올해와 내년에 환갑을 맞는다.2차대전 후 풍요 속에 태어나 격렬한 사회 변혁을 고스란히 체험했던 이들은 어느새 정치와 경제 권력의 실체로 자리매김했다. 환갑을 맞지만 이들의 노년은 은퇴 대신 취업과 창업, 재교육 등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부모 세대와 차별화된다. 기업과 사회는 앞다퉈 이들의 부와 재능을 활용하기 위해 지혜를 짜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과 이들의 퇴직이 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짚어본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20세기 후반 사회 변혁을 주도했던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부터 1964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점에 태어난 이들은 무려 7820만명에 이른다. 부모 세대가 3000만명에 불과하며, 자녀들인 이른바 ‘X세대’가 4500만명을 조금 넘는 것과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세력이다.

이들의 성장기는 미국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변화로 들끓었던 시기다. 인종차별 철폐와 여성 권리의 신장, 베트남 전쟁 반대, 로큰롤 음악과 마약, 텔레비전 보급과 자동차 보급, 자유연애와 이혼…. 이런 것들이 베이비 부머들과 함께 했던 정치·사회·문화적 현상들이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미국 사회의 정치적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50개주 가운데 41개주 지사직과 상·하원 의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유권자 가운데 가장 큰 집단인 것도 물론이다.

때문에 11월 의회 중간선거,200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공화·민주당은 베이비 부머의 정치적 ‘코드’를 읽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그들이 살아온 시대를 반영하듯 진보적인 성격이 강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지난 2월 베이비붐 세대의 정치 성향을 조사한 결과도 민주당 지지 46%, 공화당 지지 24%, 무당파 26%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세대를 분석한 ‘위대한 세대’ 저자인 스티브 길론 오클라호마대 교수는 “베이비 부머들은 젊었을 때 미국을 진보쪽으로 밀어놓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시 제자리로 갖다놓았다.”고 보수화 성향을 지적했다. 길론 교수는 “베이비 부머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교회에 가는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안정된 삶이 베이비 부머의 정치성향을 보수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들에게 있어 가장 큰 정치적 도전은 2001년 9·11테러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엄청난 테러를 경험하면서 안보를 중시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정치적 권력을 쥔 이들 세대는 경제 권력에서도 뒷세대들에게 소외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있다. 전미은퇴자협회(AARP)의 사라 릭스 수석정책고문은 “이들의 80% 정도가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상당수는 창업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위크는 지난 6월 현재 미 전역의 1200개 전문대에서 100만명의 베이비 부머가 창업과 취업 재교육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그늘은 있다. 위스콘신 대학의 역사학자인 마고 앤더슨 교수는 “올해 60을 맞은 미국인은 부모가 평화롭고 부유한 노후를 보내는 것을 목격해왔고 자신들도 그렇게 살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미국 사회보장제도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베이비 부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스스로를 부양하기 위해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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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부머의 은퇴와 의료 및 연금 지출이 늘어나면 미 정부의 수입과 지출 사이의 격차가 최고 65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990년대 베이비 부머들이 사회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일할 나이가 되자 주식가격이 치솟았다.”면서 “2010년 이후 이들이 대거 은퇴한 뒤에는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dawn@seoul.co.kr

■ 스키장 경사 낮추고 주택 다용도실 넓히고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은 이번 휴가철에 집중 방송되는 텔레비전 광고 모델로 60세 여배우 다이앤 키튼을 선정했다.

화장품 광고모델 60대 동원 소비자 공략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전미주택사업자협회 연례총회 주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주택 계획’이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 부머들은 미국 산업의 그림까지 바꿔가고 있다. 이들이 축적한 막대한 부와 적극적인 삶의 방식을 겨냥한 신종 산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과거 세대가 은퇴할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을 갖고 있다.1946∼55년생 베이비 부머들이 67세에 이를 때 평균 재산이 85만 9000달러(약 8억 5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 뒤를 잇는 56∼65년생 베이비 부머들은 83만 9000달러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67세 미국인 평균 재산 56만달러를 훨씬 웃돈다. 더욱이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베이비 부머들은 헬스(건강)과 웰스(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하는 기업들은 다른 소비계층과는 차별화되는 그들만의 속성을 파고 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세대 여성들은 화장품 광고 모델로 20대나 30대 여성보다는 피부를 잘 가꾼 동년배 여성을 원한다고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골프장을 낀 주택단지의 개발이 활발했다. 또 바다를 내려다보는 주택도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는 그런 흐름을 바꿨다.

이혼·미혼 많아 중매산업 급성장

미 주택사업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 부머들은 헬스클럽과 멋진 레스토랑이 가까우면서도 외부와 차단되는 ‘실버 주택단지’를 훨씬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건설회사인 델웹은 노인 거주단지에서 뜨개질 공간이나 컴퓨터실을 없애고 있다. 그 대신 운동도 하고 목공예도 할 수 있는 다용도실을 늘린다고 한다. 또 스키 리조트들은 베이비 부머 스키어들을 끌어오기 위해 슬로프의 경사를 완만하게 고치고 있다.

베이비 부머들은 이혼율이 높고 미혼이나 독신자도 많다. 베이비 부머들의 이혼율은 평균 15%를 넘는다. 이에 따라 50세 이상의 싱글을 위한 중매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베이비 부머들을 겨냥한 사업은 IT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케이블 방송인 CNBC는 휴대전화를 통한 건강정보 서비스 등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테크놀로지가 미래의 유망산업이라고 꼽았다.

dawn@seoul.co.kr

■ 환갑의 美베이비부머 名士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내 나이 60이 됐다. 만약 30년 전에 ‘나이 60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늙었다.’고 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나는 아직도 매우 젊다고 느끼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60번째 생일인 지난 6일 대중잡지 피플과의 회견에서 환갑을 맞은 느낌을 이같이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다른 기자회견 등에서도 “흰 머리가 난 것은 부모로부터의 유전과 두 딸 때문”이라면서 아직 젊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늙기를 거부하는 베이비 부머들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다.1946년생인 부시 대통령은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다. 부인 로라 여사도 같은 해 11월4일 태어났다. 이 해에는 또 한 사람의 미국 대통령이 태어났다. 바로 빌 클린턴.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다음달 19일 60세가 된다. 부시 대통령이 보수적인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한다면, 클린턴 대통령은 진보적인 베이비 부머의 상징이다. 같은 해 미국에서 태어난 340만명 가운데 정치인으로는 공화당의 척 헤이글·멜 마르티네스 상원의원,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데니스 쿠치니치 하원의원이 있다.

연예계에도 올해 60세를 맞는 스타들이 많다. 컨트리 가수 겸 영화배우인 돌리 파튼과 셰어, 액션스타인 실베스타 스탤론이 환갑을 맞았다. 또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올리버 스톤, 스포츠 스타로는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였던 레지 잭슨이 올해 환갑이 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 스필버그 감독 등 한창 일할 나이의 인물들이 올해 60세가 된다고 지적하면서 “젊은이들의 외투를 걸치는 데 익숙해진 베이비 부머들에게는 의심할 여지 없는 충격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dawn@seoul.co.kr
2006-07-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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